비교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달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시작됐다.
그들의 속도와 방향이 나의 기준이 되었고, 나는 그 경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늘 지독한 피로감이 남았다.
나는 남의 시간을 따라가며 나의 시간을 잃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축하하는 마음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초조함이 더 컸다.
그 초조함은 나를 조금 더 열심히 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었다.
비교는 이상하게도 멈출 수 없는 습관이었다.
눈을 감아도, 휴대폰을 내려놓아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또다시 저울이 작동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그 물음은 늘 누군가를 기준으로만 완성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걸음을 잃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속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동안, 내 삶의 방향표시는 희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 질문은 단순하지만 내 마음을 멈춰 세웠다.
비교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공허함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낯선 호기심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불안이 남이 아닌 ‘나’를 향해 있었더라면,
나는 조금 다른 얼굴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비교의 굴레를 끊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세상은 끊임없이 순위를 매기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재단한다.
그 질서 속에서 벗어난다는 건, 익숙한 세계에서 탈주하는 일과 같다.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비교를 멈추면 세상이 조용해지고, 조용한 세상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그 목소리는 작지만 꾸준하게 내 안에서 울렸다.
“이제 네 걸음으로 걸어봐.”
나는 조금씩 그 목소리를 따라보기로 했다.
남보다 늦더라도, 더디더라도, 나의 속도를 존중하기로 했다.
남의 성공이 내 실패를 의미하지 않으며,
타인의 행복이 내 부족함의 증거가 아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비교는 나를 세상에 묶어두었지만,
그 끈을 놓자 비로소 내 삶이 가벼워졌다.
물론 아직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SNS 속 반짝이는 삶들을 볼 때면 마음 한켠이 여전히 흔들린다.
그러나 이제는 그 흔들림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건 단지 내가 아직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임을 안다.
비교를 멈춘다는 건 타인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나를 신뢰하기 시작하는 일이다.
나는 이제 남의 속도 대신 나의 리듬을 찾고 있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
비교가 만들어낸 불안의 무게를 내려놓자, 세상이 조금 달라 보였다.
남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이 중심에 서 있었다.
열등감의 그림자를 지나온 나는,
이제 그늘이 아닌 빛의 방향을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이제부터는 내 걸음으로 살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