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효과, 만능열쇠인가?

by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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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의 지출 확대는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선다. 과연 정부가 돈을 쓰면 경기가 마법처럼 살아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케인즈 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가 자리 잡고 있다. 승수 효과는 정부 지출이나 민간 투자와 같은 초기 지출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국민 소득을 몇 배 더 크게 증가시키는 현상을 설명하며, 경기 침체기 정부 개입의 강력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이론은 현실 경제의 복잡성 속에서 다양한 비판과 한계에 직면하기도 한다.


승수 효과는 소득의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에 기반한 연쇄적인 지출과 소득의 반복을 통해 작동한다. 만약 정부가 도로 건설에 100억 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100억 원은 건설 노동자의 임금이나 자재 기업의 이윤이 되어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이 소득을 얻은 사람들은 그중 일부(예: 한계소비성향이 0.8이면 80억 원)를 소비하고, 이 소비는 또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초 100억 원의 지출은 1/(1−한계소비성향)에 해당하는 배수만큼 국민 소득을 증가시킨다. 한계소비성향이 0.8이라면 승수는 5가 되어, 100억 원은 최종적으로 500억 원의 국민 소득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승수 효과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경기 침체 시의 정부의 적극적인 확대 재정 정책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실제로 많은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승수 효과를 염두에 둔 대규모 정부 지출을 단행했다. 특히 미국은 '미국 재투자 및 재건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을 통해 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시행했다. 이 법안은 인프라 건설, 교육,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출을 포함했는데, 정부의 돈이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자재 생산 기업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며, 다시 이들의 소비와 투자가 다른 사람들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통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로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이 법안이 미국의 GDP를 약 3% 이상 끌어올리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승수 효과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수 효과가 항상 이론처럼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 경제의 복잡성 속에서 여러 요인들이 승수 효과를 약화시키거나 상쇄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 누출(Leakages), 시간 지연(Time Lags), 그리고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이다.

먼저, 구축 효과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금융 시장에서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이자율이 상승하여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여 인프라 건설 자금을 조달한다고 가정하자. 금융 시장에서 국채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들이 정부에 돈을 빌려주느라 민간 기업 대출 여력이 줄어들거나 대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이 신기술 개발을 위해 은행 대출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시중 금리가 5%에서 7%로 상승한다면, 대출 비용 부담이 커져 투자를 철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 지출의 긍정적 총수요 증가분이 민간 투자 위축으로 인해 일부 상쇄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는 구축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실제로 많은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은행들도 대출할 곳이 없어 상당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민간 부문은 어차피 투자를 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남는 유동성을 정부 국채 매입에 사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즉, 민간 투자를 밀어낼 여지가 적었던 것이다. 오히려 정부 지출이 유휴 자원(자금, 노동력, 설비 등)을 활용하여 생산을 늘리고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민간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어 궁극적으로 민간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정부 지출의 효과가 줄어드는 또 다른 원인은 누출이다. 누출은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 세금, 수입 등으로 경제 순환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많은 국가들이 경기 진작을 위해 가계에 현금성 지원(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일부 가구는 재난지원금을 당장의 소비에 사용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은행 예금으로 저축하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또한, 글로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된 환경에서 지원금의 일부는 해외 직구를 통해 외국 상품 구매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지원금을 받아 아마존에서 해외 브랜드 의류를 구매하거나, 해외 웹사이트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는 경우, 그 돈은 국내 생산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해외로 유출되어 국내 경제 내에서의 순환이 끊기게 된다. 이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소비 진작과 국민 소득 증대 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누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 설계를 통해 승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재난지원금 중 일부는 사용 기한을 짧게 제한하고,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점포 등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 가능하게 했으며, 지역 화폐 형태로 발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은 지원금이 저축이나 해외 소비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국내 지역 경제 내에서 빠르게 순환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우선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여 즉각적인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사용처를 제한한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에 더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세 번째로, 정책의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은 바로 시간 지연이다. 이는 정책이 인식되고, 결정되며, 실행되고,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이다. 2008년 금융 위기 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처럼 경제 위기가 급박하게 발생했을 때,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자. 경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인식 지연), 인프라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 예산 심의를 통과시키며(정책 결정 및 집행 지연), 실제 건설 계약이 체결되고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기 시작하는 데까지(효과 지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초에 시작된 위기에 대한 인프라 투자 정책의 실제 효과가 2021년 말이나 2022년에 나타난다면, 이미 경제는 자연스럽게 회복세로 돌아서거나 과열될 조짐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뒤늦게 발휘된 정부 지출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 지연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자동 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s)'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업률이 증가하면 자동으로 실업 급여 지급이 늘어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득세율이 낮아져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누진세 제도가 있다. 2020년 팬데믹 시기,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실업 급여의 지급액을 늘리거나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존의 자동 안정화 장치를 강화하여, 정부의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을 즉각적으로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승수 효과가 즉시 발현되어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 기대론은 경제 주체들이 정부의 정책 변화에 합리적으로 예측하여 행동한다고 주장하며 승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적자 재정(국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고 가정하자. 합리적 기대론자들은 국민들이 "정부가 지금 세금을 깎아주면 이 빚을 갚기 위해 언젠가 미래에 세금을 다시 올릴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측 때문에, 현재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소비하지 않고 미래의 세금 인상에 대비하여 저축을 늘리게 된다. (이를 '리키도 등가 정리'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감세로 월 소득이 20만원 늘어났지만, 국민들이 이 돈을 소비하지 않고 미래의 세금 부담을 대비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거나 예금으로 쌓아둔다면, 감세의 승수 효과는 거의 발현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경제 주체가 정부의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개인들은 단기적인 경제적 압박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감세 정책임을 명확히 하고, 동시에 미래의 세금 인상이 없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거나, 또는 감세의 주된 대상이 미래를 길게 예측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저소득층에게는 주어진 돈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저축하기보다는, 식료품 구매나 월세 납부 등 당장의 소비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승수 효과가 비교적 잘 작동하여 단기적인 소비 증가와 총수요 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케인즈의 승수 효과는 경기 침체 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는 정부 지출이 단순한 합계를 넘어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일으켜 국민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 경제의 복잡성은 구축 효과, 누출, 시간 지연, 합리적 기대와 같은 다양한 제약 요인들을 통해 승수 효과의 크기와 효율성을 좌우한다. 따라서 현대 경제학에서는 승수 효과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효과의 크기가 경제 상황, 정책 설계, 그리고 경제 주체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효과적인 재정 정책은 단순히 지출을 늘리는 것을 넘어, 이러한 제약 요인들을 최소화하고 승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케인즈의 승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한 경제 분석 도구이지만,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섬세한 정책 운용이 요구된다. 과연 정부의 지출이 경제를 살리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지는, 결국 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kr.pinterest.com/pin/502714377159490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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