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를 알아보길
첨성대를 처음 봤던 것은 30년 전의 일이다.
수학여행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던 것만 기억이 날 뿐,
저 앞에서 선생님이 무슨 설명을 했었는지
그날 친구들 하고 뭘 하고 놀았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30년 후, 어느 추운 겨울 밤,
나 혼자 카메라를 메고 찾은 첨성대에서
난 할 말을 잃었다.
첨성대가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흔들린 사진이 나오지 않도록,
가장 예쁜 각도에서 포착할 수 있도록,
영하의 날씨에 난 즐겁게 셔터를 눌렀다.
당시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는
고맙고, 감동적인 때가 참으로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렇게 가볍게 흘려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 모든 시간, 모든 사람의 진가를
처음부터 알아볼 수 있는 현명함이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