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자두추억

by 리단쓰

요즘 과일들이 많은 듯 입맛에 딱 맞는 과일은 없는 듯싶어서 수분 보충용으로 수박을 한통 먹고 나니 또 다른 과일이 없나 기웃거리게 되었다.

참외는 차가운 성질로 먹고 나면 배가 아프고 토마토는 샐러드로 많이 이용하니 과일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사과도 시큰둥하여 둘러보다가 자두가 이쁘게 색이 올랐기에 두 바구니를 사 왔다.


오늘 퇴근 후 무덥고 습한 날씨에 자두를 시원하게 두었다가 꺼내먹는데 작은 사이즈라고 해도 먹다 보니 쌓아둔 자두 씨가 한가득이다. 크기가 작은 자두라고 여겼는데 꽤 집어 먹은 터라 옆구리가 쨍하게 차오른 포만감이 들며 무언가 피식 옛 추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세계 기후 관측상 최고의 폭염으로 기록으로 회자되던 1994년 여름의 추억이었다.


첫 아이를 32살의 노산으로 불리며 만삭으로 버거워하던 그해 7월의 추억이 떠오르며 딱 지금처럼 무더운 7월의 기운이 느껴졌다.


무서운 식욕으로 보내던 첫 임신은 내 평생 최고의 전성기를 찍던 시간들이었다. 고기도 잘 먹고 해물탕도 한 냄비씩 해치우고 햄버거 치킨도 엄청 먹어대던 30년 전 그날의 추억은 늘 웃음 짓게 한다.


그 여름 7월에 여름 과일들은 풍성했고 먹고 싶은 만큼 뭐든 먹었고 남편도 퇴근길에 엄청난 간식을 사다 날랐다.

7월 중순 이후 예정일을 받았으니 만삭의 배는 늘 버거운 시간이었지만 남편이 퇴근해 오면 느슨해져서 이것저것 부탁하며 알뜰살뜰 보살핌을 받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식사도 간식도 너무 충분히 누렸고 한창 유행이던 ㅡ 그때 메로나 아이스크림은 혁명 같은 간식으로 엄청 먹었다. 메로나로 야식을 마무리하는 줄 알았는데 늦은 밤 달콤 새콤 자두가 갑자기 너무 먹고 싶은 것이었다. 임신 초기라면 입덧 탓을 하겠지만 그냥 먹고 싶은 것 많은 임산부 타령이었다.


퇴근 후 씻고 쉬려던 남편은 부랴 나가서 복숭아 크기만 한 자두를 7개 사 왔다. 같이 먹자니까 남편은 양치했다고 편하게 먹으라니 무심결에 시작한 자두 탐닉은 한 개 두 개를 먹어 치우더니 슬슬 옆구리가 당기고 배꼽 주변도 살살 느낌이 당겼다. 큰 자두가 새콤 달콤은 물론이거니와 과즙이 엄청나서 재빠르게 먹는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배어 나오고 목덜미로도 흐르며 불룩한 만삭의 배를 과즙을 적셔가며 먹었다. 흘깃 쳐다보던 남편이 깜짝 놀라며 배꼽이 뒤집어지겠다고 웃었지만 홀수로 먹는 게 좋다며 마지막 남은 7개째 자두까지 먹어 치웠다.


그날 밤 만삭의 나는 진짜 배배 꼬이는 뱃가죽으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뒤척이고 남편은 웃느라 정신없었다. 나중에 사 남편은 큰 자두 맛이 궁금해서 맛은 볼 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7개를 다 먹으며 먹어보란 말을 안 했던 나의 식탐을 말한 적이 있었다.


그해 94년 7월의 중복날 큰딸이 태어났으니 딱 요즘의 더위속에 그날의 추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