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원의 실무자가 되다.
분원을 옮기고 첫 출근을 했던 날이었다. 단정한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고 새로운 분원 식구들과 인사를 했다. 당시에는 해마다 어린이날 즈음 각 분원에서 행사를 진행했고, 이때 두 분원의 직원, 선생님들이 함께 했었다. 그래서 몇 번 얼굴을 봤던 사이였지만 묘한 어색함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첫날 느낌은 아쉽지만 표현하자면 ‘어수선함’과 ‘지저분함’이었다.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어느 정도의 분위기는 정해지곤 하는데, 나는 체계적이고 정돈된 걸 선호하는 관리자였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시스템화하고, 미리 예측하여 준비하는 철두철미함은 가졌지만 다소 돌발적인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긴장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리 일하고, 사서 일하는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계속 부담을 주는 타입이었다.
우선 정리정돈이 필요했다. 먼저는 보이는 곳, 근무하는 학원의 외적인 정리였다. 그래서 첫 출근한 그 주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출근해 온 학원을 정리하고 치웠다. 모든 교재를 종류별로 분류해서 다시 꽂고 라벨링을 하고, 흩어져있는 각종 사무용품 또한 사용하기 편한 위치로 옮겼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했다.
시간이 흐른 후 조금 편해진 사이가 된 후, 선생님들은 그때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며 나에게 말했다. 청소하는 이모님은 여기 선생님이 바뀌었냐며 행정팀에 물었다고 한다. '정리정돈'의 행위는 무언의 의사표현이었다.
당시에는 원장님이 세 곳의 분원을 운영했었고, 그래서 많으면 주 2회 정도 내가 속한 분원에 오셨다. 그러다 보니 누구든 자연스레 긴장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점검과 보고라 생각했고, 그 시스템을 정비했다. 원장님의 눈과 귀가 되어 모든 것을 살펴야 했고, 때론 원장님에 준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고등부까지 있었기 때문에 초, 중, 고 모든 교육정보와 상담 노하우를 공부해야 했고, 학사일정에 따라 내신 관리와 학원 행사 준비까지. 그러다 보니 매달 시험대비 및 행사, 새 학기 준비 등 굵직한 일이 있었다.
학원 특성상 학생들이 등원하는 시간 동안은 내가 계획한 시간에 업무를 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상담이 있을 수도 있고, 교실 내 지원이 필요한 일이 있을 수 있고, 등/하원하는 학생들을 챙겨야 하기에 정작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은 일과가 마친 후에야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야근은 기본, 주중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차주를 계획하기 위해 주말에도 출근했다. 그럼에도 힘들기보다 오히려 뿌듯하고 행복했다. 하나씩 성취하고 내가 자발적으로 꾸려가는 이 일이 좋았다. 나는 이대로 계속 이 일을 좋아할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