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회 세번째 작품 <되뇌다>를 소개합니다.
강압적인 아버지를 피해 도피식 유학을 온 종인은 눈도 멀고 귀도 먼,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라힘을 만나서 특별한 저녁식사를 가진다.
반복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대부분은 한 번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상황, 상태에 다다르지 못해서가 아닐까.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 라힘이 아들에게 전하는 말, 종인의 짧은 한 문장, 아버지의 문자는 어쩌다 한번 태어난 마음이라는 일회적인 사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망설임 없어 보이는 연속적인 말의 움직임과 신중히 단어를 고르는 모습, 그리고 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간절함에서, 그 마음들은 그들의 내면에서 몇 번이고 나타나고 사라졌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속과 밖으로 마음을 되뇌는 이유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일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음의 온전한 전달일 것이다.
그러나 나와 상대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간극들. 언어, 시간, 감각, ‘나’는 ‘나’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에게 나의 마음이 온전한 형태로 닿을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되뇌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가능 앞에서도 꾸준히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사랑이겠다. 똑같은 결과가 반복되더라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랑이 상대에게 곧게 나아가든, 곡선으로, 또는 상대를 거쳐서 다시 나를 향하든, 이 영화는 그런 사랑의 움직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