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회 Rotary Interview :
주기우 감독

<내가 이것밖에 안 돼>의 주기우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내가 이것밖에 안 돼> 주기우(2024)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기우 감독 : 안녕하세요. <내가 이것밖에 안 돼>를 만든 주기우입니다. 저는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찍는 것이 목표이고, 제가 속한 세대가 나이 들면서 느끼는 고민과 감정들을 영화로 담아내고자 합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돼>는 주인공인 정아가 장애인인 영재를 소개팅으로 소개해 준 은주와 싸우는 과정과 영재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깨닫지만, 결국에는 그 편견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Q2. <내가 이것밖에 안 돼>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주기우 감독 : 친구의 일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가 소개팅을 갔는데 소개팅 자리에 ‘영재’와 같이 장애가 있는 분께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정아’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싱숭생숭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이 이야기에 착안해서 영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후일담입니다만, 제 친구와 소개팅에 나오셨던 그분 모두 좋은 분을 만나 결혼을 하셨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돼> 스틸컷

Q3. <내가 이것밖에 안 돼>는 정아의 전화 통화로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감독님의 전작 <너도 내가 마음에 안 들겠지, 나도 그래>와 상당히 유사한데요. 이러한 전개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기우 감독 : 영화 외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를 배워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영화는 숏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또 숏과 숏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저는 <너도 내가 마음에 안 들겠지, 나도 그래>와 <내가 이것밖에 안 돼>와 같은 일인극으로 숏을 구성하고, 연결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연습해 보고자 했습니다. 일인극은 다인극보다 숏의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숏을 자칫 잘못 연결하면 어색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숏 구성과 연결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너도 내가 마음에 안 들겠지, 나도 그래>도 왓챠 등과 같은 OTT에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4.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서 ‘대사가 세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내면의 솔직한 마음을 내뱉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대사를 쓰실 때 특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주기우 감독 : 갈등이 강할수록 그 갈등의 끝에 오는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돼>를 통해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 명의 인물을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갈등 상황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사가 강해진 것 같습니다. 또한, 관객들이 이른 시간 내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단조로운 설정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귀에 직접 ‘때려 넣는’듯한 대사를 통해 집중을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대사를 쓸 때는 직접 소리 내 말하면서 어색한 부분이 없게끔 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리고 의도가 바뀌지 않는 한에서 배우님들의 언어습관에 맞게 대사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돼> 스틸컷

Q5. 통화를 하며 영재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 정아가 마지막에 내린 선택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런 결말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정아와 영재가 잘되는 결말을 고려해 보신 적도 있나요?


주기우 감독 : ‘정아’와 ‘영재’가 잘되는 결말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전화로만 이야기를 진행한 뒤, 정아와 영재가 잘되는 결말로 끝맺었으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영화가 됐을 것입니다. 둘을 잘되게 하려고 했으면 아예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을 듯합니다. 대신 ‘이 영화가 의미 있는 영화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에 ‘편견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메시지의 영화를 더하는 것은 현실을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아’가 ‘영재’를 장애인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매력적인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앞으로 ‘정아’가 장애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변화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찍기로 마음먹었습니다.



Q6. 단일한 공간에서 배우 한 명이 혼자 이끌어가는 극이라 주인공인 정아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캐스팅 과정도 궁금합니다.


주기우 감독 : 저의 전작인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의 오디션을 통해 ‘정아’ 역을 맡으신 손정아 배우님과 처음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영화 이후 계속 함께 작업을 해 왔고, <내가 이것밖에 안 돼>에도 참여를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에서는 배우님께서 ‘방송기자’ 역을 맡으셨었습니다. 당시, 손정아 배우님께서는 다른 배역으로 오디션에 지원하시면서 연기 아카이빙 링크를 공유해 주셨습니다. 영상 중 방송 기자 역할이 있었는데, 그 영상이 센스 넘쳤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의 장르가 블랙 코미디였기에 센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손정아 배우님을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 연기력이 뛰어난 것도 알게 돼 계속 출연을 부탁드리게 되었고요.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 또한 왓챠 등과 같은 OTT에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돼> 스틸컷

Q7. 직장을 다니면서 영화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영화와 일의 병행이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 그럼에도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기우 감독 : 일상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새롭게 일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익숙해지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과 10년, 20년 뒤가 똑같지 않을까?’ 그때 시작하게 된 것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시작하고 난 뒤부터 일상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일에 지칠 때 속으로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야. 영화감독이야!’와 같은 생각을 하며 힘을 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면 경험과 생각을 더 풍부하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작인 <너도 내가 마음에 안 들겠지, 나도 그래>의 경우 ‘갑질’을 당했던 저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직장을 다님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직장을 다니면서 영화 작업을 하는 것이 오히려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Q8. 마지막으로 <내가 이것밖에 안 돼>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주기우 감독 : 많이 부족한 작품입니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영화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합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제0회 상영작 소개 <되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