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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등단하세요

등단을 하려면, 그리고 등단 후에는

by 김운


수필 수업을 시작한지 6개월 쯤 지났을 때였다. 선생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필가 등단하세요.”


나는 내 이름 앞에 나를 지칭하는 또 하나의 이름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공무원’을 거쳐 어쭙잖은 ‘사장님’에서 지금은 고작 ‘백수’ 정도이다. 나는 지금의 자유로운 백수가 좋은데 나를 규정하는 이름을 가지라고 하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어떤 규율이나 조직에 얽매이는 것에 신물이 난 사람이다.


수필을 배우고 글을 쓴 지 일 년도 안 되어 수필가가 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싶었지만 슬그머니 욕심이 났다. 수필 문예지에 수필 작품 2편을 보냈다. 보통 문예지의 등단 작품은 2편을 내야 한다. 초회 1편을 보낸 다음 초회가 선정되면 3개월 후에 1편을 더 보내어 선정되면 신인작가로 추천(등단)된다.


수필 두 편 모두 선정되어 수필가의 이름을 얻었다. 우리 수필 반에서 최초로 등단한 작가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등단 작가라고 하지만 수필 공부는 계속해야 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고 아직도 어설픈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작가로서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다.


등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고급스러운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리 수필 선생님의 고급스런운 답으로 대신 하겠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세요.”

이렇게 하면 등단은 자연히 따라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좋은 수필, 훌륭한 수필을 쓰는 일이다. 시작은 지금 부터인 것이다. 그러면 좋은 수필은 어떻게 쓰나요? 또 이렇게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수필은 잘 쓰면 된다. 그래서 잘 쓰는 방법은 다음에 수필 잘 쓰는 방법에 대하여 연재를 할 계획이다. 미리 언급하자면 잘 쓰는 방법은 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나는 단지 나의 경험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도 알고 싶다면 다음 연재를 기다리면 좋겠다.


등단을 한 후에는 달라진 것이 뭐가 있나요? 혹시 혜택을 받은 것이라도 있나요? 또 이런 궁금증이 밀려 올 수 있다. 나는 등단에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특별히 달라진 것도, 혜택을 받은 것도 아직은 없다. 나는 등단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수필가라는 자긍심을 숨기지는 않는다. 나는 인생의 쓴 맛 단맛을 다 보았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더 이상 무슨 단맛을 보겠느냐는 나 자신에 대한 냉소인지 해탈인지 모르지만 등단 작가로서 세상에 나서서 우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좋은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등단을 하면 문인협회, 수필가 협회나 문인 단체에 가입을 하고 기성 문인들을 만나고 문예지와 단체 동인지에 글을 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 갈 수 있다. 단체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이력이 쌓이면 수필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수필계에 발을 담그기는 했지만 대면 모임이나 행사 등에는 나가지 않는다. 간혹 원고청탁(원고료 없음)이 오면 원고를 보내주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젊고 욕망 있는 작가라면 나를 닮은 작가가 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혼자 고립되어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등단을 하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등록되면 예술인증명을 받을 수 있다. 예술인증명을 받으면 재단에서 시행하는 예술인을 위한 각종 복지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에술활동준비금 지원은 2년에 300만원 지원이 된다. 단 일정 활동 실적이 있어야 한다. 작품이 문예지에 실리거나 본인의 책을 출간한 실적을 반영하여 대상자를 선정한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야 되는 것이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 전세자금 대출과 생활안정자금 대출 정책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예술인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 작품을 발표한 실적이 있는 작가에게 책 출간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한 사람에게 300만원을 지원한다. 물론 대상자로 선정되는데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혜택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그 자부심과 자존감을 바탕으로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더 나은 작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등단 작가라는 지칭은 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는데 사용되는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르는 존중일지도 모른다.


문학과 예술을 통하여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서늘해진 감정을 따뜻한 온기로 데우고 사랑과 화해와 위로를 전해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마음을 흔드는 일은 문학을 하는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소중한 일이다. 등단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막중한 소임을 받는다는 뜻이다. 소임에 충실하는 어느 날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이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고 외로운 나를 어루만져 줄 것이다. 우리가 했던 사랑과 위로는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나는 스스로 성장하고 또한 세상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수필집 : 숫자 1을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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