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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서문) 쓰기가 더 어려워

독자와의 첫 만남, 저자의 숨결

by 김운

책 표지를 넘기면 가장 먼저 반기는 글은 서문(프롤로그)이다.

독자를 만나는 첫 문장, 첫 페이지이니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나는 수필 몇 편보다 서문 쓰기가 더 어려웠고,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서문은 말 그대로 시작하는 글이다. 무엇이든 시작을 멋지게 해야 한다. 첫 데이트를 할 때도 입사 면접을 볼 때도 그렇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서문은 왜 중요할까?

서문은 단지 책의 시작이 아니라 독자와의 진지한 첫 만남이다. 서문을 통하여 저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드리는 약속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진심을 다하여 자신의 내면을 전달하겠다는 마음을 담은 글이다. 서문 속에서 독자는 저자의 진솔한 마음과 삶에 대한 태도와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그가 쓴 글도 읽고 싶은 마음을 건드릴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서문을 통해 마음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서문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수필과 에세이에서 어울리는 내용은 첫째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동기, 배경 설명등이 필요하다. 단지 독자는 책의 내용에서만이 아니라 글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내가 책을 고를 때도 저자의 사적인 고민과 관심사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며, 배경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낸 서문을 보면 책에 대한 호기심 이전에 저자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다.


둘째는 책의 중심 주제나 중심 사유를 담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시선으로 삶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는지. 저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독자와의 정서적인 공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짧은 서문 속에서도 저자의 생각이 독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으면 좋은 서문이 되겠다.

넷째는 저자의 바람이나 다짐을 간략하게 드러내고 마무리하면 된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문은 저자에 대한 신뢰를 주고, 공감을 부르고, 기대를 심어 준다.


서문의 분량은?

내가 생각하는 서문의 분량은 1페이지에서 2페이지가 적당한 것 같다. 2페이지가 넘어가면 벌써 지루해진다.


이번에 출간한 수필집 “숫자 1을 먹읍시다”의 서문은?

책을 처음 출간하고 서문을 처음 쓰면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위에서 말한 내용에 충분하지 못한 서문이 됐다. 그리고 잔뜩 힘이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독자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서문이 되지 못했다. 후회는 하지만 이 또한 경험이고 공부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고 창작은 다른 영역이다. 서문이든 수필이든 에세이든 뭐든 글을 쓰는 일은 내 생각의 깊이와 넓이에 달렸다.


다음 회에서는 ‘숫자 1을 먹읍시다’ 서문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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