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는 최고의 재테크다?

by 브로콜리

"박사학위는 최고의 재테크야! 다른 자격증은 갱신이 필요한데 박사는 한번 받으면 평생 박사거든. OOO 씨도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으면 꼭 받으라구." 다른 회사에 다니던 박사님이 진심으로 건넨 조언이었다. 당시 퇴직을 앞두셨던 이 박사님. 회사원 시절 부동산에 투자해서 여러 채의 집을 소유했고, 고급 차량을 번갈아 타고 다니며 후배들에게 재테크 조언을 아끼지 않던 분이었다. 그래서 그 말이 설득력 있었다.


선택: 학문의 가치를 넘어서

학문과 연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진리를 추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고귀하다. 박사 학위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금전적 보상보다 사명감과 열정으로 밤새 실험실에 앉아있고, 그것이 인생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직장인과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돈'이다. 집값, 초봉, 연봉, 손익분기점—직장을 선택할 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특히 박사 과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4년을 희생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은 철학적 질문보다 경제적 고민, 기회비용에 대한 질문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학문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돈이라는 렌즈로 박사학위를 봤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보고 싶었다. 고귀한 길이라도 경제적 현실은 외면할 수 없다. 그것을 명확히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돈으로 계산해 보면

먼저 희망적인 부분부터. 중견기업 신입 초봉이 3,500만~4,000만 원인데, 같은 분야 박사학위자는 5,500만~7,000만 원을 받는다. 정보통신 박사는 6,500만 원 이상도 가능하다. 사실 사기업의 경우 박사학위자는 보통 대리나 과장 호봉으로 입사하기 때문에 학사 신입과 비교하면 초봉이 훨씬 높다. "역시 박사학위가 재테크구나"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그 돈은 온전히 이득일까?


기회비용: 최소 7,800만 원

만약 25살에 직장에 입사했다면, 4년 동안 약 1억 4000만 원을 번다(임금상승 고려 안 함). 반면 박사 과정을 선택했다면 월급 200만 원을 받으며 등록금도 내야 한다. 4년간의 인건비는 9,600만 원이지만, 직장에서 벌었을 돈과 비교하면 약 5,400만 원을 잃는다. 등록금 2,400만 원까지 더하면 기회비용만 최소 7,800만 원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25살에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면 32살 즈음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 사이 동기들은 실무 경험을 쌓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우리는 여전히 "대학원 학생"이다.


분야가 중요하다

이공계 박사라면 긍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 박사의 현실은 다르다. 초봉은 학사보다 겨우 30% 인상된 4,500만 원대인데, 기회비용 7,800만 원을 평생에 걸쳐 회복하지 못한다. 게다가 신규 박사 10명 중 4명은 4,000만 원 미만을 받는다. 희망과 현실의 격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손익분기점은 41살

이공계 박사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박사는 학사 4년 경력자보다 연 800만 원을 더 번다. 7,800만 원의 손실을 회복하려면 약 10년이 필요하다. 27살에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 32살에 졸업하고, 41살에 비로소 직장인과 동등한 누적 자산을 갖게 된다. 그 사이 직장인은 이미 중간 관리자가 되어 있고, 주택과 자녀 교육비 같은 인생의 주요 투자를 마쳤다. 대학원을 선택한 우리는 여전히 따라가고 있다.


그럼 박사학위는 무의미한가

아니다. 다만 투자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박사학위는 '자아실현 투자'다. 지적 권위와 신뢰도, 독립적 사고 능력, 깊은 몰입의 경험,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것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야근하는 직장인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반복 업무를 할 때, 박사 학생은 "내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깊은 몰입을 경험한다. 그 차이는 인생 만족도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박사학위로 인해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는 경제적, 사회적 성장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평생 'OOO 박사님'이라는 호칭으로 살 수 있고, 취직 시나 창업 시에도 박사학위가 있으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

우린 뭘 원하는가

박사학위는 최고의 재테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금전 수익이 아니라면? 깊은 몰입과 독립적인 사고,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한다면? 그렇다면 박사학위는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경제적 부분만 계산해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고귀한 학문과 연구,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서 박사학위를 하는 참 연구자가 아니라면, '재테크' 측면으로 박사학위를 생각한다면 위와 같은 접근으로 꼼꼼히 계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인가이다. 데이터로 얼마든지 계산이 가능하지만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것은, 결국 우리가 답할 수 있는 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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