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협상은 어렵습니다. 저희는 급여 테이블에 따라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요."
인사 담당자는 말했다. 나는 잠깐 서류를 내려다봤다. 숫자가 틀린 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봤다. 틀리지 않았다. 기본급이 내가 다니던 기업의 절반 수준이었다.
난 지방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거의 10년을 일했다. 그야말로 날 갈아 넣는 현실에 진저리가 났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쓰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연구가 나에게 맞지 않을까.'
다양한 공공기관에 지원서를 넣었다. 합격 통보도 받았다. 그런데 진짜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 싶어서, 결국 이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담당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대신 프로젝트 베이스로 운영되기 때문에 성과급이 있습니다. 실적에 따라 충분히 보완이 됩니다. 많이 받아 가시는 분은 억대도 넘게 받아 가십니다."
당시 억대 연봉은 나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정말 가능할까?'
난 지금 있는 기업이 너무 싫었고, 연구소에서 근무해보고 싶은 마음에 표면적 연봉을 반으로 깎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훗날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진짜 입사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가 워낙 큰 대기업이었고, 연봉 차이가 심각하게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입사 후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
논문 속 이름으로만 보던 사람들이 있는 곳. 학회에서 논문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연구소 생활을 시작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