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영 May 05. 2023

굿모닝, 메니에르

어쩌다 만난 너란 녀석의 숙면을 위하여



 새벽 6시 눈을 뜬다. 웬일인지 몸이 가볍다. 물론 물리적인 나의 몸무게가 내렸다는 뜻은 아니다.  이렇게 저절로 눈 떠지는 날은 내 몸의 컨디션이 좋은 날이다. 아침 9시가 넘어 천근 같은 몸을 겨우 일으키는 날들이 다반사인데 횡재다. 맑은 정신과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선물 같은 날이 되었다.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았고, 깊은 밤 홀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잠들기 아쉬워 나와 상관없는 휴대폰 속 세상사를 탐독하느라 몸이 상하는 줄 몰랐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은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깊은 밤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서너 시간 잠을 자고 밤 9시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나의 일과도 안녕. 그때부터 잠들지 않는 밤, 진정한 나의 시간을 마주했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의사들은 스트레스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도 어려운 일이란 걸 알리라. 똑같은 일도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는 다르게 와닿는다. 난 유난히 걱정이 많아 스트레스에 취약한 인간이 분명하다. 피할 수 없는 일상 속 부대낌들, 누적되는 피로, 부족한 수면이 몇 달 이어지자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빙그르르 돌았다.



 

메니에르 증후군. 이름도 생소한 이비인후과 질환이다. 귀가 먹먹하고, 이명이 들리고, 시속 30킬로로 세상이 원을 그리는 증상이 발작처럼 왔다. 2022년 1월이었으니 지금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물 치료 중이다. 다행이 작년 가을부터 발작성 어지럼증은 없지만 늘 어질어질한 느낌이다. 귀 상태에 따라 내 몸의 힘도 빠졌다, 늘었다 한다. 이제는 원망보다 메니에르라는 녀석을 내 몸에 사는 동지로 받아들여야지 싶다. 내가 불러온 녀석이니까.


 최대한 피곤하지 않도록 일상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충분한 수면은 기본 중의 기본. 일정한 시간에 잠드는 것, 가능하면 11시쯤 자려고 노력 중이다. 질 좋은 수면이 쌓이면 나의 동지 녀석도 깊은 잠을 자겠지. 너의 숙면을 위해 오늘 나는 또 조심조심 걸어본다.

 

 삶에서 때 버리고 싶은 것, 외면하고 싶은 것, 귀찮은 것... 아픈 것... 누구나 그런 것 몇 개쯤 붙이고 사는 거니까 너도 나의 삶 속에서 살기로 하자.




반려묘 옹이 - 늘 나를 참아주는 껌딱지 녀석.  단, 15초.








#메니에르#수면#숙면#이명#삶

작가의 이전글 꽃잎조차 무거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