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never cry

with my adult girl and 형부

by Seotipearl

3월 17일은 Kailey랑 형부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오래간만에 홍대로 가는 길.


일본 여행 다녀온 그녀의 선물

미리 예약한 뭉티기 전문점으로 갔다. 오랜만에 본 케일리랑은 전혀 어색한감 없이 포옹 먼저하며 안부를 물었고... 형부랑은... 내가 멀쩡한 모습으로는 거의 처음 뵙는 거라 좀 민망하고 어색했다...


가볍게 마시기로해서 시킨 오미자 하이볼


미나리 전! 자꾸 생각나네
뭉티기, 육회 그리고 차돌
부족해서 추가한 육회

전 날에 언니랑 형부가 과음해서 이 날은 술을 조금만 마신다고 했었는데, 그동안 못다 한 나의 미국과 한국에서의 이야기를 듣더니 하는 말,


Kailey: 아 오늘 술 안 마시려 했는데 열받아서 소주 마셔야겠어. 괜찮아?


그렇게 우린 1차에서 소주 2병을 더 시켜서 마셨다. 진심으로 열받아 보인 언니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고 날 위해 이렇게 화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동이었다... (파워 F) 반대로 언니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얘기 들으면서 나도 화내고... 서로의 얘기에 격분하는 우리... 파워 공감러들의 모임이었다.


와중에 또 언니가 내 걱정했다


Kailey: 은서 오늘은 데려다줄 사람 없으니까 꼭 정신 제대로 챙겨...




2차로 분위기 좋은 요리주점인 '한월'에 갔다. 제일 먼저 우릴 반겨준 '밤비'

나 인턴 할 때 별명이 밤비였는데! 너무 반가운 거 있지요? (단순히 프로필 사진이 밤비여서 별명이 됐다.)


... 최고의 안약이었는데 받자마자 한월에 놓고 왔다... 언니 형부 미안...
오메기 술
우곡 생탁주

전통주는 '화요'만 마셔봤는데 '오메기술'도 너무 맛있잖아... 사실 술을 즐겨하는 편도 아니고, 잘 마시는 편도 아니었던 터라 술에 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다. 근데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다양한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새로운 취향들을 접하면서 슬슬 어떤 게 맛있고 어떤 게 내 스타일인지 조금씩 알게 되더라.


하여튼 간, 지금까지 조금씩 마셔오면서 좋아하게 된 술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칵테일 - 올드패션 (좀 더 강한 게 끌릴 때는 카타르시스를 마신다.)

와인 - F와인 (혹은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뱅쇼를 좋아한다.)

맥주 - 기네스

소주 - 종류는 모르겠고 레몬만 있으면 된다. (레몬 없으면 너무 쓰고 맛없어서 못 마신다.)


전통주는 마셔봤자 화요 2번에 오메기술만 마셔봐서 뭘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앞으로는 전통주를 좀 더 마셔볼 거다.


막걸리는 사실 과일막걸리나 막걸리 하이볼이 달달해서 제일 좋았는데, 이 날 마신 탁주가 녹진하고 고소해서 너무 맛있는 거다. 이 날 이후로 과일막걸리 졸업했습니다... (허세퀸)


안주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

두 분 보기 너어무 좋아요 :3


최고였던 감태명란계란말이. 맨날 아침으로 먹고 싶다...


형부가 픽한 마늘간장 닭목살구이. 진짜... 진짜 맛없는 게 없던 한월...

2차에서 언니랑 형부 일본 여행 썰도 듣고, 다양한 사회 이슈 얘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감동이었던 말,


Kailey: 그 회사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은서 너를 얻었잖아.


나한테 되게 힘들고 꼴도 보기 싫은 곳이긴 한데, 최대 아웃풋인 언니를 알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정말 인연은 국가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뻗어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그러다가... 팟캐스트 얘기가 나왔는데, 아니 글쎄 언니가 '여둘톡'을 듣는다는 거다. 내 주변에 팟캐스트 듣는 사람 자체가 없어서 그냥 조용히 혼자 이것저것 듣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팟캐스트를 듣는, 그것도 '여둘톡'을 듣는 톡토로가 있었다니...


언니도 소름 끼쳐하면서


Kailey: 아니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 그동안 몰랐단 말이야?!! 톡토로 처음 봐!!!


나도 너무 신기하고 웃겼다. 여둘톡 전체 에피소드를 다 듣진 못했고 조금씩 들었지만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분명 2차만 하기로 했던 우리는... Kailey의 주도로 여둘톡에 나왔던 '호프마당'에 갔다. 우리의 목적은 단 둘. '새송이버섯튀김'과 '오징어김치전'이다.



가기 전 춐라떼 한복 사고 셋이 우정사진 헤헤

형부: 아니 나는.. 그냥 배경 같은데?


외관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 이런 호프집은 20살 때 이후로 처음이라서 신기하면서도 설렜다.

너무... 너무 좋잖아... 이게 행복이잖아... 별 거 없잖아...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 편해지는 사람들이랑 이런 정겨운 곳에 가는 거... 그게 제일 마음 편해지고 행복한 거잖아...


세월의 흔적


아이고 언니야...


진짜 특별한 메뉴는 아닌데 맛은 특별했다. 사랑 가득 담긴 안주들.

다들 서교동 호프마당으로 달려갈 것!


저는... 다음에 가서 저 두 가지 메뉴에 추가로 치킨이랑 골뱅이무침도 시켜 먹으려고요.


우리끼리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사장님께 여둘톡 듣고 너무 와보고 싶었다고, Kailey는 LA에서 왔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하시면서 이런저런 얘기하시다가 꺼내오신 책들. 책 내부에 호프마당 사진과 아름다운 사장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장님은 정말 멋쟁이셨다. 항상 가꾸시고, 취미활동도 꾸준히 하시고.

사장님께서 오카리나를 배우시는데, 하와이에 가서도 공연하고 오셨다고 하셨다. 너무 멋있으셔... 나중에 본업도 하면서 취미활동도 하는 인생을 즐기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 삶은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로운 것이기에, 함부로 살아갈 수가 없다.



가기 아쉬워서 술이랑 안주를 도시키자한 언니. 행복행복! 으하하

너무나 지혜로우셨던 사장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는 괜히 숙연해졌고, 각자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다.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로 인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사장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들을 배운 시간이었다.


그중 가장 마음을 울리고 울컥하게 했던 말,


사장님: 아가씨가 잘나서 그래! 예쁘고 착하니까 그래. 그저 그런 인간들은 다 질투해서 그러는 거야. 별 것도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니까 그냥 무시해. 더 예쁘게 하고 다니고, 더 당당하게 다녀. 아가씨가 잘못한 거 하나 없잖아! 그렇게 하면 그런 사람들이 아가씨를 무시해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아가씨를 알아볼 거야. 이만치 높은, 정말 성공한 하이 한 사람들은 다 알아봐 아가씨를.



확신에 찬 사장님의 말씀에 너무너무 울컥했다. Kailey도 옆에서 맞다며 진심으로 말해줬다. 우리 은서 너무 예쁘고 착하다고, 네가 다 잘나서 그런 거라고. 정말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아볼 거라고.


그리고 1차 때부터 언니는 내게 계속 해준 말이 있다.


Queen never cry.




그렇게 케일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창문을 보니 눈이 엄청 예쁘게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형부가 조용히 내게 추천해 준 노래.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인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저장해놨다고 한다. 꼭 들어보라며 두세 번을 더 강조하시며 보여주셨다.



정말 멋있으셨던 사장님과.

평생 못 잊을 하루였지 싶어! 마음이 단단한 어른들과 함께한 자리는 너무 소중하다.



사장님께서 우산은 원래 돌고 도는 거라며 우리에게 우산을 빌려주셨다. 그냥...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것들이 다 위로가 됐다. 그리고 우리가 나가기 전에 한 번씩 안아주셨는데, 나 안아주실 때 와락 안으시더니 토닥토닥 등도 쓸어주셨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휘청거려도 좋으니, 발 빠른 회복탄력성을 가진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 암 그렇고 말고.



택시에 타자마자 들은 형부의 추천 곡.


2025년 3월 17일.


이 날의 기분을 뭐라 설명하고 기록해야 좋을까. 마음의 짐 하나 없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시원한 호흡이 느껴졌다. 맛있는 안주와 좋은 술, 좋은 지인, 지루할 틈 없는 대화, 그리고 강한 위로를 주신 멋진 어른.

따뜻하고 안락한 호프집, 예쁘게 내리는 눈. 적당한 추위, 검은색 코트. 다른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당구경기를 보여주는 티비. 집 가는 길 택시에서 보는 눈 내리는 풍경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준 노래들. 평소에 잘 듣지않는 분위기의 노래였는데, 너무 좋아서 이후에 틀어진 모든 노래를 단 한 번도 넘기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다음에 또 만나 adult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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