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소리와 단열재 이야기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을 위해 단열재는 필수예요. 그런데 단열재를 그냥 두껍게만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일 날 수 있어요. 어디에, 어떤 단열재를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단열재가 물을 머금으면 단열 성능이 뚝 떨어져요. 물의 열전도율은 일반 단열재보다 훨씬 높거든요. 쉽게 말해, 젖은 솜이불은 마른 솜이불보다 훨씬 차갑게 느껴지는 것과 같아요.
특히 비드법(스티로폼) 단열재와 유리면(유리솜), 암면 같은 단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을 많이 흡수해요. 한 실험에서는 비드법 단열재가 110일 후에는 자기 무게보다 훨씬 많은 물을 흡수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습한 공간(지하, 외부 접촉 부위)에는 흡수성이 낮은 압출법 단열재가 적합합니다.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 붕괴 사고도 지붕 단열재인 유리면이 수분을 흡수해 무거워진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어요. 단열재가 물을 머금으면 무거워지고, 그게 쌓이면 구조물이 버티지 못해요.
단열재 중에는 불이 붙으면 아주 빠르게 타오르거나, 탈 때 독성 가스를 뿜는 것들이 있어요. 우레탄 계열 단열재가 그런 문제가 있어요. 불에 강한 내화구조를 만들 때는 유리면이나 암면 같은 무기질 단열재를 써야 하고, 외벽에 쓰는 단열재도 난연 성능을 갖춘 것만 사용해야 해요.
또 유기질 단열재(비드법, 압출법, 우레탄 등)는 사용 가능한 최고 온도가 70~100℃예요. 그런데 여름에 햇빛이 직접 닿는 외벽 표면 온도가 70℃ 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이때 압출법 단열재를 쓰면 내부에서 2차 발포(부풀어 오름)가 일어나 바닥이 들뜨는 하자가 생길 수 있어요.
단열재는 소음 차단에도 쓰여요. 그런데 공기를 타고 오는 소음을 잡는 흡음재와, 위층에서 쿵쿵대는 충격음을 줄이는 완충재는 서로 달라요.
흡음재로는 유리면, 암면 같은 섬유형 단열재가 좋고, 충격음을 줄이는 완충재로는 탄성이 좋은 비드법 단열재나 EVA(발포 고무) 제품이 쓰여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늘 얘기가 많은데, 이 완충재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최근 단열 성능이 뛰어난 페놀폼 단열재가 많이 쓰이고 있어요. 그런데 이 소재는 흡습 시 다른 단열재보다 단열 성능이 더 크게 떨어지고,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산성 성분이 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실내에 사용하면 포름알데히드 잔류 문제도 있고요.
단열재 하나 고르는 것도 이렇게 복잡해요. 물, 불, 소리, 온도… 쓰이는 환경에 맞는 단열재를 골라야 집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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