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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유통기한

감당할 고통을 위하여

by 비비안

7년 전, 18년을 보낸 첫 직장을 나와 생에 첫 이직을 했었다. 이직은 처음 인지라 회사에 대한 특별한 기준 없이 그저 면접 보고 합격시켜 준 첫 번째 회사에 가게 되었다. 나를 믿고 갔다. 어디든 잘 적응할 거라는 나를 믿고,


하지만 현실은 쉽지 많은 않았다.


18년을 외국계회사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첫 이직한 국내 기업인 그곳에서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었다. 쓰는 용어가 달랐고 일하는 방법이 달랐고 소통하는 방법이 달랐고 문화자체가 달랐다.


단 예로, 직원들의 퇴사율이 높으면 인사팀이 할 일은 퇴사 면담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하나씩 바꾸어 나가 퇴사율을 낮추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텐데, 그곳은 사람이 나가면 사람을 빨리 뽑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일하는 곳이었다. 사람이 소모품인 문화...


또 어떤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승인을 받는 절차에 더 많은 effort를 들이는 곳이었다. 단어하나, 문장하나에 온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서 정작 승인 후 실행은 지지부진하고 퀄리티 또한 낮았다. 게다가 상사의 잘못된 업무지시로 인한 리웍이 상당했었다.


내 눈에는 이곳의 50%의 인력만 있어도 회사가 운영되는데 문제없어 보였다. 이런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사장, 상사와 계속 업무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 머무는 것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입사와 동시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질감으로 인한 알레르기를 느끼는 그때였다. 가장 행복해야 할 금요일 퇴근시간 나에게 온 감정은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다시 이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너무나 우울한 감정이었다.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할 시간, 나는 가장 무거운 짐을 들고 퇴근하였다.


나의 이 고통을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냥 바로 퇴사해 버리면 다 해결될까? 그것도 아니었다. 나의 첫 이직 경험이 부적응의 트라우마로만 남을 것 같았다.


하여 나는 이 고통을 180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나는 지금 회사가 아니라 학원을 다니고 있다. “1년 코스의 로컬기업 커리큘럼”을 등록했고, 로컬기업 문화, 상사, 사장 이해하기 등 내가 하는 일에 주제를 붙었다. 이름하여 "무한상사에서 살아남기 코스", 학원을 돈을 내고 다녀야 하는데, 학원비는 무료에 한 달에 한번 학원에서 나에게 장학금까지 준다.... 딱 1년 만에 이수하자. 딱 1년만!


나의 고통에 1년이라는 제한을 두었고 나의 고통에 새로움을 배운다는 주제를 입혔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아침 출근길이 무겁지 많은 않았다. 그렇게 다닌 그 회사에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나의 첫 회사 18년간 다녔던 회사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외투기업의 인사팀장으로 이직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1년 커리큘럼을 6개월 만에 조기 졸업을 한 것이었다. 만약 입사 하자마자 이질감의 고통을 회피하겠다고 도망 나오듯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이런 환경의 변화에 따른 부적응으로 인한 고통을 많은 직장인들이 격고 있다. 나에게 온 고통은 감당하라고 감당할 수 있어서 감당해 내라고 온 것이라는 이 경험을 나누고 싶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즐겁기만 한가? 고통은 늘 우리에게 찾아온다. 고통은 감당할 만하니 찾아왔을 것이다. 방법을 찾아라! 다른 사람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고통을 같이 짊어 주지 않는다.


고통의 유통기한을 정해보자!

일요일 새벽 6시 브런치 연재를 위해서 나는 지금 토요일 오후 4시 글을 쓰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딱 2시간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이 고통을 즐겨보자.


7월 엄마의 유산 2가 공저 작업으로 출간된다. 내 인생 첫 책을 위해 남은 2달 이 설레는 고통을 즐겨보자.


어려운 일이 있는가? 고통의 유통기한을 정해보라. 감당할 고통으로 바뀔 것이고, 감당 후엔 성장통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도 힘든 상황이 오면 나는 기한의 정함을 스스로 정하고 나를 바라본다. 내가 감당할 만하니 온 나의 고통을...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13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6: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6: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6: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출처: 개인소장

#고통#성장#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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