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동기를 성적으로 연결하기 가장 좋은 시기, 중등부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는 시기는 아이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은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보기 전후다. 초등학교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처음 시험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다. 공부를 하건 안하건 말이다. 그래서, 학교 시험을 앞둔 또는 한 번 경험한 학생과의 문법 수업을 할 때의 눈빛과 집중도는 예비중과는 다르다 . 시험 공부를 하면서 또는 예상문제를 풀어보면서 비로소 왜 문법을 공부해야 하는지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아이들의 열망을 실제 학습 성과로 연결해 주면 좋다. 왜냐하면 중학교 영어시험은 조금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나름 괜찮을 성적을 받을 수 있다. 학습의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 아이의 동기를 강화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쉽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는, 아이의 진짜 영어 실력이 가려지는 매우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중학교 성적의 양날의 검
중학교 내신은 범위가 넓지 않다, 대부분은 2개의 단원과, 단원에 해당되는 문법 정도에서 문제가 출제된다. 가끔 학교에서 선생님의 외부 지문이 2개에서 3개 정도 나오는 학교도 있지만,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문제 구성 역시 본문 내용 관련문제 ( 영영 풀이 단어문제, 대화문 ) 그리고 문법문제 등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중학 영어 본문은 리딩의 난도가 높지 않다. 문법 관련 문제도 문법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있어야 풀수 있는 변별력을 요하는 몇 문제들 빼고는 다양한 문제풀이나 단편적인 암기로 풀수 있는 문제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런 구조 탓에 아이들의 영어 공부는 점차 암기 중심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리고 이런 암기 위주의 공부로 얻어낸 성적이 내 진짜 영어 실력이라는 착각이 생기기 쉽다.
문제는 이런 착각 속에서, 아이가 문법의 전반적인 개념을 얼마나 스스로 개념화 하고 구문에서 문법을 얼마나 적용하며 해석해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소홀히 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학교 영어 성적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완만한 언덕에서 수직 절벽으로의 시작 고등학교
하지만 고등학교 영어 내신은 중학교와는 범위와 깊이가 다르다. 교과서 자체는 어렵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학교가 EBS 모의고사나 수능특강 같은 고난도 교재를 시험 범위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암기만으로는 성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문장을 구조적으로 읽는 능력, 구문력과 깊이있게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중학교 성적만 믿고 준비 없이 올라가면 성적 하락을 경험하기 쉽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다.
영어 구조를 본다는 것 : 구문력
영어 구조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길고 복잡하게 만드는 '수식어구'와 '절'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결국 문법의 전반적인 흐름이 머릿속에 개념화 되어있어야 한다.
수식어구나 절은 관계대명사나 분사로 확장되고, 문장과 문장은 접속사로 연결이 된다. 즉 관계대명사는 형용사절(Adjective Clause)로서 명사를 뒤에서 수식하는 구조이고, 분사 또한 형태만 다를 뿐 ( ing 나 p.p. 형태) 명사를 앞이나 뒤에서 수식하는 덩어리다.
문제는 이 녀석들의 겉모습이 아이들을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분사의 p.p 형태는 동사와 혼동되기 쉽고, 관계대명사와 접속사 두 구문에서 다 사용될 수 있는 that은 구조를 보기가 어럽게 만든다.
관계대명사 that과 접속사 that의 구분
렉사일 900 수준의 브릭스 교재 서문에서 발췌한 문장을 보자.
However, even with our modern technology, it is inevitable that we would have difficulties maintaining our balance in an environment that lacks sufficient gravity , even after travelling from space."
이 문장에는 that이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 that은 가짜 주어(it)를 대신해 문장을 끌고 오는 접속사다. 반면, 두 번째 that은 앞의 명사(environment)를 꾸며주기 위해 붙은 관계대명사다. 따라서 첫 번째는 문장과 문장을 나눈 구조이고, 두 번째는 하나의 명사가 수식어구로 확장된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진짜 동사와 분사의 구분
다음은 2026년 수능 29번 어법 문제의 일부다.
" The package of tools, foraging techniques, ecological knowledge, and social arrangements used by any group of foragers / are far too complex for any individual to create."
여기서 used는 동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사가 아니다. use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다. use는 타동사이기 때문에 분사로 변화해서 수식을 하지만 여전히 동사의 성질은 남아 있어 목적어가 필요하다.
바로 뒤에 목적어 없이 by가 이어졌다는 것은, 이 used가 동사가 아니라 앞의 명사들을 꾸며주는 '분사'라는 증거가 된다. 따라서 used는 앞의 social arrangements를 수식하는 분사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식어구가 인지되어야 비로소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진짜 동사 are가 눈에 들어온다. 구조를 본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문장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문법으로 구조를 읽고 분해하는 힘이다.
문해력 진단: 문제는 풀 수 있으나 설명은 하기 힘든 아이들
아이들은 전반적인 맥락만으로도 문제는 풀어낼수 있다. 그러나 문해는 다른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문해를 볼때는 늘 글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게 한 뒤, 특정 문장의 '숨은 뜻'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다음은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이 유독 머뭇거렸던 렉사일 레벨별 문장들의 몇 가지 예이다.
렉사일 700 전후
다음 글은 단어나 표현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 was regulated by law. To protect themselves, bakers would put in 13 items for the price of 12in case something happened to one of the baked goods."
많은 아이들이 이 문장을 해석은 한다. 하지만 baker's dozen 이 왜 12개가 아닌 13개가 되었는지에 대한 기원을 설명해 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아이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법이 엄격해서 빵 무게가 부족하면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제빵사들이 혹시 모를 손해를 피하려고 일부러 하나를 더 넣었다.”
렉사일 800 전후
".... The answer is a giant wormhole, an imaginary tunnel with two ends in separate points in space. Like a worm eating through an apple rather than going around it, a wormhole is a kind of shortcut through space-time. Although the idea seems far-fetched, Hawking claims that it is not impossible. Every object in three-dimensions has wormholes, so then why not the fourth dimension?"
이 문장 역시 해석은 꾸역꾸역 할 수는 있으나, 그림을 통해 웜홀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머뭇거린다.
정확한 문해적 해석은 “지렁이가 사과 겉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안을 뚫고 가는 것처럼 공간에도 그런 지름길이 있어서 시간 이동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수준에서는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비유를 실제 개념으로 바꿔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렉사일 900 전후
"... The song-types that you hear in the marshes of North America today may well have been there 1,000 years ago."
이 글은 참새의 노래에 대한 연구에 관한 글이다. ' 북아메리카에서 들을 수 있는 참새의 노래를 1000년 전에도 있던 노래일 것이다'라는 해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설명을 제대로 하는 아이들이 드물다.
이 글은 앞에서부터 논리를 쌓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천천히 문해 하지 않으면 복잡한 구조에 길을 잃기 쉽다.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글 전체의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한다.
참생들이 1000년 동안 같은 노래를 이어올 수 있는 이유는, 따라 하려는 습성과 모방 능력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들리는 노래도 1000년 전과 같을 수 있다.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1200 이상 수능
" Digital platforms have made a lot of work less sticky.' 디지털 플랫폼이 생기면서 많은 일들을 덜 끈끈하게 만든다는 이 직역은 이 글에서 소용이 없다. 전체 논지를 이해해야만 의미가 풀린다. 즉 문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 문장이 왜 쓰였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장의 구조가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 아이가 문법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깊이 있게 사고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입력만 과잉되고 소화 과정이 사라져가는 시대이기에, 내 아이의 공부 과정을 세밀하게 지켜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