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영어 독해가 무너지는 이유

by 영어하는 소시지

앞서 설명했듯이, 리딩 레벨이 높다고 수능 1등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비리그 학생도 수능 문제는 풀지 못한다. 수능 영어는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서 정확한 구조 분석과 논리적 독해를 요구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른 시기에 더 높은 리딩 레벨로 올라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고등학생들의 입시 과외를 오프라인으로 10년 이상 한 경험은, 일주일에 2번 정도, 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아이를 가깝게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의 공부 패턴 이상으로 삶의 패턴도 보인다. 단순한 성격 외에도 기질적 특성이나 사고하는 방법 등 아이를 꽤 깊숙이 볼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습관적인 관찰을 구체화해서 아이마다의 리딩 레벨과 문해력 그리고 구문력이 포함된 진단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문장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구분해서 보기 위해서이다.


예비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약 4년 정도를 보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조기 교육으로 영어 학습의 속도가 빨라진 아이들은, 예비 중학생이나 중학생이 되면 이미 영어를 3~4년은 접한 상태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는 영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가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어 학습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분석하는 능력과 문장을 이해하는 문해력을 갖추면서 성장하고 있는지 이다. 속도 중심으로 학습이 진행될 경우, 문장을 빠르게 처리하는 습관은 생기지만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쉽다. 이 생략이 누적되면, 문장이 복잡해지는 순간 해석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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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6학년 아이의 케이스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해서 파닉스와 듣기/말하기가 4점 이상일 정도로 영어를 '감'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매우 좋았고. 다양한 독서로 문해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문장을 분석하는 문법이 2.5점에 그쳤다. 결국 복잡한 구문으로 갈수록 해석력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글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결국 빠르게 읽는 습관을 바꾸면서 구문력을 채우는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뇌의 기능적인 협업


요즘 뇌과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큐 자체보다는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 뇌의 기능은 분석하고 구조를 나누는 기능과 맥락을 이해하고 전체 의미를 연결하는 기능이다. 영어를 잘 해석한다는 것은 이 두 기능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구조적인 측면은 문장 해석을 하는 데 있어서 구조적 디테일을 보면서 전체 문장을 문맥에 맞게 조합할 수 있느냐의 부분이다. 그리고 문해적인 측면은 전체적인 문장의 앞뒤 논리적 맥락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 문장의 뒤에 숨겨진 의미까지 이해하는 즉 해석이 아닌 문해가 되는지에 대한 측면인 것이다.


구조적 측면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영어문장의 구조에서 기본적으로 잡아냈어야 하는 구문적인 패턴은 우선 크게 1, 전치사 구문 그리고 2. 관계대명사 구문 그리고 분사수식이 포함된 구문이다.



1. 부사구 (전치사 + 명사 )


전치사는 구조의 확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기본적인 문장의 형식에 장소나 시간 방법, 목적 등을 이우로 전치사 + 명사의 형태로 문장에 더해진다. 예를 들면 I meet my friend.라는 기본적인 문장에 in the restaurant. ( 장소 ) at three oclock (시간 ) , to talk. ( 말하기 위해서 ) for fun. ( 재미를 위해 ) 등 가장 간단한 형태의 확장이다. 그래서 이 전치사 구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치사는 생각보다 다루기가 쉽지 않은 품사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전치사가 다양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영어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전치사를 자연스럽게 잘 해석한다. 또한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전치사 선택은 늘 쉽지 않다. 그 좋은 예로, 독일에서 국제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의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주재원으로 4년 차로 영어 실력이 상당히 좋은 친구들이었다. 리딩은 물론 스피킹이 자유롭게 되는 친구들이지만, 역시나 나에게 묻는 질문은 '영작에서 전치사 어떤 거 써야 해요? '이다. 전치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영어를 해석해면서 쌓아 온 감과 문법적인 지식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전치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전치사의 다양한 얼굴 때문이다.


다양한 전치사의 얼굴


look at the picture (사진을 보는 것 )\

look for the key ( 키를 찾는 것 )

look after the child (아이를 돌보는 것 )


전치사구


I am at the station.(역이라는 '지점'에 도착했다는 사실 강조)

I am in the station. (역 '건물 내부'에 있다는 공간감 강조)

On arriving home, he slept (집에 도착하자 마자 )

Stand by me ( 내 옆에 )

Success comes by hard work ( 노력에 의해서 )

Please finish it by tomorrow (내일까지 )


즉, 전치사를 ‘단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치사 구로 인식하지 못하면 전치사의 다양한 쓰임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다.



2. 관계 대명사 구문


문장이 확장되면서 렉사일 600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관계 대명사 구문은, 단어에 대한 수식이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구문이다. 엑사일 800 이상이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구문이기도 하다. 점점 복잡해지는 문장의 구조속에서 관계대명사를 수식어구로 잡지 못하면, 관계 대명사 수식어구에 있는 동사도 마치 문장의 메인 동사로 인지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해석적인 맥락이 흐트러져, 아이들의 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단계별 관계대명사 쓰임의 예


The boy ( who is playing soccer ) is my brother.

The video ( that you watched on YouTube yesterday ) was very helpful for my project.

The social pressure ( which individuals in a competitive society experience while trying to succeed) leads to high levels of stress. (수능 수준 )


즉, 문장의 ‘진짜 동사’와 ‘수식어구 안의 동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문장의 핵심 구조를 보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3. 분사가 수식어구로 나오는 구문



분사는 동사가 변형되어 형용사처럼 쓰이는 녀석이다 렉사일 400 정도에서부터 간단한 수식어로 나오는 분사의 예는 ' I can see a sleeping baby' 라던지, There is a broken window 정도의 문장 들이다. 워낙. 문맥이 간략하고 쉽기 때문에 분사라는 인지 없이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리딩의 수준이 올라 갈수록, 분사가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수식어구들을 함께 데리고 오면서 , 앞에서 명사를 수식하지 않고 뒤에서 명사를 수식해 주는 구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리딩 레벨에 따라 복잡해지는 구문들의 예


The report ( sent to the manager) contained many errors.

The toys ( left in the park) belong to the kids.

The girl ( singing on the stage ) is my sister.

Driven by the desire to improve efficiency, many organizations ( seeking new ways to manage their resources) ignore the human element in the workplace.


수식어구가 길어질수록 ‘주어-동사’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분사와 문장의 중심이 되는 동사를 구분하기가 어려워 문장의 중심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조금 길어진 문장에서의 분사는 마치 동사인 것처럼 보여 분사의 개념이 수식어구로 정리되지 않으면 주어부와 서술어부로 정리하기가 힘들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 개념은, 결국 내 맘대로 끼워 맞추기 식 해석이 된다.


빠른 속도가 만든 감으로 해석하기


전체적인 감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 아이들은 아이들은 패턴을 보지 못하고, 단어를 마음대로 조합한다. 이 감으로 하는 조합은, 대부분 아이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야기이다. 이 조합으로 나오는 엉뚱한 해석들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귀여움은 귀여움이고 이 감으로 가는 해석을 그냥 놔둘 순 없다.


왜냐하면, 어릴 때 '감'으로만 영어를 읽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무너지는 이유는, 이 꼬리표(관계대명사나 분사)가 주어와 동사 사이를 수십 단어씩 벌려놓을 때 그 연결 고리를 놓치기 때문이다. 결국 빠르게는 읽을 수 있으나, ‘정확하게 구조를 보는 능력’은 자라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감으로 해석을 하거나, 전치사구, 관계대명사구, 분사구를 꼼꼼하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책을 빨리 후루룩 읽는 습관 때문이다. 대부분은 학원에서 본인에게 맞지 않는 많은 양의 숙제를 억지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어진 습관일 가능성이 많다.


구문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결국 구조적으로 구문 복잡한 문장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텍스트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구간이 늘어나면서 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이해가 잘 안 되니, 집중도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영어리딩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그리고 이런 경우를 실제로 굉장히 많이 봐왔다. 혹시나 아이들이 어려운 구문으로 넘어가면서 리딩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면, 해석을 제대로 하면서 글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문해적 측면


초등 고학년 중에는 리딩 지수인 렉사일(Lexile) 레벨이 눈에 띄게 높은 아이들이 많다. 렉사일 지수는 텍스트의 어휘 수준과 문법적 복잡도를 바탕으로 측정된 수치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은 수치상 충분히 이해해야 할 문장의 배경이나 숨겨진 의도를 추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리딩 레벨과 문해력은 엄연히 다르다. 문제 풀이 중심의 독해는 정답을 찾는 기술에는 익숙해지게 할 수는 있어도 문장 너머를 사고하는 힘까지 길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해석'과 '문해'를 구분하지 못하면 아이의 리딩 실력이 곧 사고의 실력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해석이 단어와 구문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표면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문해는 문장 사이의 행간을 읽고 저자의 의도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사고'의 영역이다. 렉사일 지수는 '얼마나 어려운 글을 읽을 수 있는가'를 보여줄 순 있지만, 아이가 그 글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가'까지는 측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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