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by 영어하는 소시지

내 고등학교 입시과외 경험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내가 맡게 된 고등학생의 대부분은 공부를 성실하게 하지 않는 학생들이었다. 물론 준비된 학생들을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 번은 미대를 목표로 하던 학생을 맡은 적이 있었다. 성적은 4등급 5등급 사이였다. 실기를 열심히 준비하느라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본인이 원하는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해서는 수능 영어 점수가 필수였다. 미대 실기 수업이 끝나는 늦은 시간에 과외를 시작했었는데, 한 번도 집중력이 흐트러 진적이 없다. 또한 하라는 대로 무조건 해온다.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약 1년 만에 성적이 오르고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동기부여가 잘 된 학생의 경우이다.


성실하게 공부할 준비가 된 학생을 만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영어 내신 공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내신준비는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조건 열심히 준비하는 자가 승리한다. 교과서와 부교재 범위의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한다. 우선 한국말로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든다. 첫 문장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을 달달 외우고 다양한 워크북을 활용해 외우고 또 외워보고를 반복한다. 내용에서 어떤 핵심 단어가 빠져도 채울 수 있고, 어떻게 내용이 꼬여 있어도 올바른 순서 정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준비해서, 늘 70점 때만 맡던 친구의 고 2 때 내신 성적이 97점이었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처음 맡아본 점수에 너무 얼떨덜해서 무슨 기분인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러나 이 외에 대부분 맡게 된 아이들은 공부를 성실하게 하는 학생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심리적 무기력이든 영어 공부에 흥미를 잃고 방황을 하던,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모의고사 등급은 대부분 3, 4등급을 왔다 갔다 하거나 6등급 7등급을 왔다 갔다 한다. 그럼에도 과외를 하면서 뼈를 깎는 고통을 함께 나누면, 무조건 2등급 정도는 올라간다. 물론 내 뼈만 깎였을 수도 있다. 성적이 낮은 학생 중에는 세상 무기력한 친구도 있었다. 과외 시간 약속은 자느라 넘기는 경우도 많아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1년.반 내내 숙제를 해오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이 친구의 등급은 6,7등급이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수능에서 4등급으로 올랐다.




모의고사 3등급 4등급에 머무는 학생들


공부를 성실하지 하지 않는 학생 중 그럼에도 고등학교 때 3등급과 4등급에 머무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던 경우다. 대형 학원을 다니며 단어도 외우고, 나름대로 리딩도 하던 학생들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독해는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단계의 학생들은 영어 실력이 사실상 ‘중학교 3학년 수준’에서 멈춰 있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영어는 문장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깊은 문법 지식 없이도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 결과 내신 성적도 나쁘지 않게 나오고, 학생 스스로도 ‘나는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중학교 때 리딩 상승곡선이 매우 천천히 올라간다면, 1년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고등학교 리딩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이다. 즉, 강의를 듣고, 설명을 이해하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했을 뿐, 스스로 문장을 분석하고 스스로 분석하고 해석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중학교 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겠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무조건 심화 문법이 우선이다.


많은 학생들이 중학교 때 배우는 문법을 중학 내신을 위해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문법은 문장을 읽기 위한 언어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특히 고등학교 수준의 지문은 단순한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복잡한 구조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조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문법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이 단계의 학생들에게 문법책을 최소 세 번은 본다는 전제로 공부를 시작한다. 개인차이가 조금씩은 있지만, 고등학생들과 문법책 한 권을 제대로 끝내는 데 약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다음은 3개월 전후 그다음은 1달 전후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바로 ‘형식’이다.


영어 문장은 결국 5 형식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인다. 어떤 문법 요소든 무조건 형식을 기반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이 기본 틀이 잡혀 있지 않으면, 관계사든 분사구문이든 어떤 문법도 문장 속에서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형식에 정말 집요하게 집중한다. 그리고 이 형식이 문법을 통해 확장되는 과정을 나만의 노하우로 정리해 주며 문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형식 안에서 읽을 수 있도록 만든다.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무엇이 주어고 동사인지, 어떤 구조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반복해서 훈련한다.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나면, 비로소 문맥이 없어도 문법적인 틀만 가지고 문장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지, 문장의 구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영어 문장은 5 형식이라는 단순한 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확장 패턴’이 붙으면서 길고 복잡해진다. 리딩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 확장은 점점 더 심해진다.


렉사일 600 수준에서는 간단한 수식적 관계대명사와 접속사를 통해 문장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두 개의 문장이 연결되고, because나 when 같은 요소가 추가되면서 구조가 확장된다. 900 수준이 되면 관계대명사가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하나의 명사를 수식하는 절이 붙고, 그 안에 또 다른 관계절이 들어가는 식으로 문장이 중첩식으로 길어진다. 수능 수준, 즉 1200 이상의 지문에서는 여기에 분사구문, 생략된 접속사, 복합적인 수식 구조까지 더해진다. 하나의 문장 안에 여러 개의 문법 정보 층이 겹쳐 있는 형태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길어져도, 결국 문장은 5 형식이라는 뼈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확장 패턴을 인지하고, 문장에서 구조를 찾아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대충 많은 문제를 푸느냐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을 얼마나 정확하고 집요하게 분석해서 해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듣는 해석이 아닌 스스로 하는 해석


그다음 단계는 더 중요하다. 듣는 해석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해석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며 또는 집에서 모의고사 풀이 강의를 들으며 모의고사를 공부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입력일 뿐 실력이 아니다. 실제로 성적을 올리는 것은 스스로 문장을 붙잡고, 문법을 적용해 가며 끝까지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분명히 힘들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절대 실력은 쌓이지 않는다.


단어 공부


단어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대부분 단어를 외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공부 시간을 들여다보면, 단어에 투자한 시간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외웠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스스로 외우는데 시간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가’다. 이렇게 인지시키면 얼마나 스스로 단어를 외우지 않는지 알게 된다. 외웠는데 라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단어는 내가 아는 뜻과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것을 얼마나 하루에 자주 하고 반복 노출하느냐이다. 외운다는 말보다는 자주 노출한다는 표현이 맞다. 그래서 단어노트를 만들고 단어를 읽으면서 뜻이 맞는지 체크하는 칸을 약 8칸 정도 두고 일주일에 몇 칸이나 채우는지 스스로 체크하는 단어공책 시스템을 쓴다.


이렇게 문법으로 구조를 잡고, 스스로 해석하는 훈련을 하고, 단어를 제대로 쌓아가기 시작하면 변화가 생긴다. 아주 난도가 높은 문제가 아니라면,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 방식으로 대부분의 3등급 4등급의 학생들은 2등급 정도로 오른다.



그럼 1등급은?


나는 이 지점을 확인해 보기 위해 조금 다른 방식의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링글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아이비리그 학생들에게 수능문제를 풀게 한 것이다.


“한국 수능 영어 문제를 한번 풀어볼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했다.

그 학생은 콜롬비아대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나는 수능의 구조와 문제 유형을 간단히 설명한 뒤 실제 문제 하나를 풀어보게 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지 않아요. 앞 문장만으로는 다음 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워요.”


영어를 잘하는 것과, 수능 1등급이 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흔히 리딩 실력을 기준으로 영어 수준을 판단한다. 렉사일(Lexile) 지수처럼, 단어의 난이도와 문장의 길이를 기준으로 텍스트의 수준을 나누기도 한다. 수능 지문 역시 이 범주 안에 있다. 쉬운 지문은 800~950 수준, 어려운 지문은 1250 이상까지 올라간다.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읽는 전공 기초 서적이나 논문의 수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이 나온다. 리딩 레벨이 충분히 높다면, 수능 문제도 잘 풀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지점에서 분명해진다. 리딩 능력은 ‘기초 체력’ 일뿐, 수능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수능은 단순히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고, 글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하며,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즉, 수능 영어는 영어실력시험이 아닌 문해력과 논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험이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배경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해 의미를 확장하는 능력이다. 논리력은 그 정보들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고 흐름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 두 가지는 단순히 영어를 많이 읽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깊은 사고력이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의고사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스스로 집요하게 분석하고 반복적으로 푸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독서로 배경지식을 쌓는 과정이 선행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5등급과 6등급 이하의 학생들


이제 5등급과 6등급 이하의 학생들로 가보자. 이 구간에서는 영어 실력 이전에, 한국어 문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해석된 문장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다. 실제로 6~7등급 학생을 지도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복잡한 문법이 아니라 단어와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이 등급대의 친구들은 해석된 지문을 보고도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모의고사에 나오는 지문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배경지식이 생기고 문해력이 올라간다. 즉 국어 공부에 가까운 접근이다. 이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고 배경지식을 갖게 해 주며 단어를 외우게 하는 것만으로 4등급까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고등학교에 올라가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습관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굳어진다는 데 있다. 대충 읽고 넘어가는 습관,

입력을 하는 것을 공부라고 착각하는 습관. 학원에 다니며 스스로 소화하지 못할 양을 억지로 따라가다 보면,

책을 깊이 있게 읽기보다는 빠르게 훑어보는 방식이 익숙해진다.

혹은 기질적으로 꼼꼼하게 파고들기보다, 감으로 ‘후루룩’ 처리하는 학습 방식이 자리 잡기도 한다. 이러한 학습 습관의 왜곡은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주 어린 시기부터 영어를 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오래 공부한 아이일수록 초등학교 고학년, 즉 예비중 시기에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학습 방식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