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국어책만 읽어도 영어성적이 쑥쑥 오른 이유

뿌리가 단단한 꽃은 언젠간 핀다.

by 영어하는 소시지

세상에는 다양한 꽃이 있고, 저마다 피어날 시기가 다르다. 꽃을 피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뿌리'다. 얼마나 빨리 자라느냐보다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느냐가 성장을 결정짓는다. 영어공부에서 단단한 뿌리는 영어가 아닌 한국어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책을 제대로 잘 읽는 습관에서 온다. 그리고 이 뿌리를 단단하게 해 줄 수 있는 거름은 잘하고 싶다는 열망, 성실함, 자신감이다.


문해력이 이끌어낸 드라마틱한 성장


이렇게 뿌리가 단단한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 이 아이들은 입력( 경청하고 이해하는 능력) 프로세스 ( 소화하는 능력 ) 그리고 출력 ( 소화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설명해 내는 능력 ) 이 뛰어나다.


어느 날 어머님이 의뢰해 온 예비 6학년 아이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 영어 프로그램으로 잠깐씩 영어를 했다고는 하셨는데, 아이를 진단해 보니, 기초 파닉스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인상적인 건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아이의 열망이었다. 책 읽는 습관은 잘 잡혀 있었고, 문해력도 있는 친구였다. 가능성을 믿고 시작했다. 결과는 1년 만에 렉사일 800을 넘기더니 그 이후부터는 이끌어 주는 대로 성장을 했다.


어머님이 일본 분이셔서 한국과 일본중학교 사이에서 진학을 고민하시다, 일본으로 중학교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영어 활용도 문제 비율이 높은 일본 영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며,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붙었다며 어머님께 연락이 왔다. 영어가 어렵게 나온 것이 오히려 아이한테 좋았다며 감사함을 전하신다. 아이의 단단한 뿌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대치동에서 학원 없이 버틴 힘


중학교 1학년 후반에 만난 아이도 있었다. 대치동에 사시지만, 영어 학원대신, 독서 습관에 집중 한 케이스였다. 집에서 쉬운 영어책 정도만 읽어온 터라 1학년 말 학교 시험 점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걱정 어린 마음으로 문법 수업을 의뢰하셨다.


아이를 진단해 보니 현재 영어 실력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이미 국어 문해력의 수준이 남달랐다. 웬만한 문학책은 섭렵한 상태였고, 책 내용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설명할 정도로 사고의 깊이가 깊었다.


테스트를 위해 아이의 현재 수준보다 훨씬 높은 구문의 텍스트를 건넸다. 단어 뜻만 알려주고 해석을 시켜보았는데, 내용의 70% 이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해 냈다. 문법으로 문장의 구조를 보는 법만 알려주고 단어 수준만 높여주면 성장이 될 거라는 예상이 되었다. 문해력이 뒷받침되니 문법에 대한 이해도 역시 압도적이었다. 결국 2학년 1학기 기말 영어시험에서 유일하게 영어 만점을 받은 아이가 되었다. 역시 아이의 단단한 뿌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내 아이를 오롯이 바라보는 일


그러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이 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며 자라는 환경도 다르다. 비교가 무의미하다. 다른 아이가 아닌, 내 아이를 정확하게 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나도 선생님이기 전에 엄마이고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기질과 성향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라, 내 아이들의 성향과 무의식적으로 비교와 판단을 하며, 나를 흔들어 온 세월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이들마다 빛나는 좋은 자질이 한 둘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롯이, 내 아이에 대한 메타인지, 즉 무엇을 잘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정확히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기질과 성향에 따른 영어 리딩로드맵


독일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영어 리딩을 시키기 시작한 것은, 독일어 리딩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기에 영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그전에는 파닉스 그리고 간단한 문장을 읽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 당시 아이들의 나이는 작은 아이가 예비 4학년 큰아이가 예비 5학년이었다. 우선 독일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소한 1년의 시간일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대신, 그때가 되어서 독일어 교과서를 읽고 소화하며 공부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독일어 리딩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1년 안에 독일어로 5학년 6학년 수준의 리딩실력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 영어리딩을 올리기로 했다. 독일어와 영어의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나중에 영어 리딩을 독일어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프로세스가 좋은 둘째 vs 입력이 과하게 좋아 프로세스를 소홀히 하는 첫째



일단 둘째(여아)는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이다. 그러나, 겁이 많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다. 이 기질은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났었다. 자기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든 것이다. 이런 기질은 다양한 입력의 가능 성을 줄여준다. 다양한 책을 보게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본인 수준에 맞고 관심이 가는 책을 가지고 충분히 놀게끔 시간을 많이 주었다.


입력 채널이 좁은 아이들은 다양한 배경지식으로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 이해를 위해 느리지만 깊고 꼼꼼하게 책을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한 부분은, 관심이 있어하는 책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것이었다. 쉽고 편안한 책은 스스로 읽고, 관심은 있지만 어려운 책은 초반에 함께 읽으면서 두려움에 대한 벽을 낮추어 주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서 소화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쓰기를 좋아했다. 때문에 다양한 쓰기 교재를 great writing, worldly wise 등을 활용했다.


책과 학습은 철저히 구분하고 , 학습은 아이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콘텐츠를 접하기 위한 목적으로 했다. 대신 아이와 상의해서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했다. 지금은 독일어 책도 영어책만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즐겨 읽는 책은 Wings of Fire와 The History of the World이다. 학습적으로 가끔 풀고 있는 책은 Seed Learing에서 나온 Reading World History 2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력 채널을 넓히는 일은 여전히 숙제여서 우선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남아 )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는 거침이 없는 편이고 영역을 확장하려는 기질이 강해서 어려운 걸 주어도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모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한 감각 덕분에 입력 채널은 넓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분산되기 쉬운 '공기처럼 가벼운' 기질이었다. 때문에, 어릴 때는 흥분도가 높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하던 당시 긴 학습이 쉽지는 않았다.


다행인 것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고, 좋아하는 책을 볼 때만은 오랫동안 집중을 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이다. 작은 아이와는 다르게 과학이나 사회분야, 인물 관련 등 읽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고 수준 높은 어려운 책도 보는 편이어서 배경지식의 범위가 넓은 편이다.


프로세스 강화 훈련


우선 철저히 아이의 문해력과 배경지식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하듯 리딩 학습을 시켰다. 책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순간 아이는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학습과 책을 철저히 구분했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영어 해석 쓰기 , 단어 노트 정리, 단어노트를 쓸 때 예문을 쓰게 하기등, 공부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었다. 즉 공부의 결과물을 남기는 연습이자, 프로세스를 강화시키는 연습이다. 귀찮아도 해석을 쓰고, 일주일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양의 숙제를 주고 리딩을 학습시켰다.


또한 내가 학생들과 수업을 하듯, 읽은 콘텐츠는 정리해서 설명하게 했다. 역시,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훈련이다. 모르면 다시, 그 내용을 정리해 와야 한다. 그러면서, 리딩 공부하는 양을 조금씩 늘려 나갔다. 교재로는, 다양한 배경지식으로 콘텐츠 중심의 리딩 (리딩 익스플로러 )을 썼다. 원서는 그림이 많이 담긴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서 나온 why , The New Children's Encyclopedia , The 13 Story Tree House, 등 그림에 짧은 문구가 담긴 책을 주로 두었고, 보고 싶을 때 보라고 했다. 리딩이 어느 정도 된 이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영역 즉 역사와 과학 사회 분야에 관련된 논픽션위주의 교재로 수준을 계속 높였다.


드럼과 기타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아들이 지금 읽고 있는 원서는 Nirvana의 드러머가 쓴 " The story teller , Dave Grohl"이다.



들꽃도 꽃이고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모든 꽃은 소중하다. 그리고 각자 꽃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있다. 어떤 꽃은 매일 물을 주어야 하고, 어떤 꽃은 매일 물을 주면 뿌리가 썩는다. 어떤 꽃은 그늘에서 자라게 해야 하며, 어떤 꽃은 바람이 필요하다. 실내에서 자라야 하는 꽃이 있고, 실내에서는 죽는 꽃이 있다. 미약한 꽃들도 저렇게나 다양한 조건이 필요한데, 하물며 아이 하나하나는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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