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 갑자기...?
20대 초반에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를 참 많이도 들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랑했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먼지가 되어'를 출근 준비 하면서, 출근하면서, 샤워를 하면서 참 많이도 들었다. 당시 내 최애 곡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였다.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던 때였지만 군대 훈련소에 입소한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 적은 있었기에 이 노래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최애 곡이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불킥 같은 경험이지만 그래도 고맙다.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에 빠져들 게 된 계기 중 하나 이기도 했으니까!) 한 때 그렇게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를 즐겨 듣다가 어느 순간 팝송에 빠져, 그리고 K-POP에 빠져, 밴드 음악에 빠져 자연스레 멀어졌던 것 같다. 최근에 SNS를 보다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노래 제목에 이끌려 바로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았다. 청춘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20대 초반에 들었던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들도 함께 차곡차곡 담아 넣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이 한 곡을 계속 무한반복되도록 설정해 놓았는데 어제는 책을 읽으면서 틀어 놔 적어도 열 번 넘게 계속 반복되었을 것이다. 이 노래는 시작부터 좋다. 먼저 탁탁 두드리는 소리와 둥당 둥당 거리는 리듬(드럼 스틱과 베이스의 소리인가? 악기를 잘 몰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이 함께 어우러져 흐르는데 뭔가 깊은 생각의 심연에 빠져 봤던 사람이 뭔가를 깨닫고 깊은 생각에 빠진 다른 사람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위로해 주러 온 느낌이다. 노래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연륜이 느껴지는 노래와 책은 뭐든 좋다. 도입부 악기들의 하모니가 나오면 귀를 더욱 기울이게 되는 이 노래를 아직 접하지 못하셨다면 꼭 들어보시라. 왠지 모르게 나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진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_김광석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오직 슬픔만이 돌아오잖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외로움이 친구가 된 지금도
아름다운 노랜 남아 있잖아
(중략)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스쳐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잖아
최근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다시 취업준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참 들락날락 혼자서 바쁘다. 이번에는 그래도 오래 일을 하려 하였는데 엉터리 근로계약서와 근무시간에 못 미치는 급여 지급으로 인해 몇 개월에 걸친 깊은 고민 끝에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 시대에 그냥 참고 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한 생각에 불면증처럼 잠을 못 이루며 한참을 고민했더랬다. 여하튼 퇴사를 했고 몇 주 째 채용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며 하루하루 업데이트되는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있지만 입사지원 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채용 공고가 엄청 조금씩 올라오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을 활용하기보다는 올라오는 채용 공고에 나를 끼워 맞춰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없기도 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금은 내가 인생을 여태 살아온 결과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이 취준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와중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를 만나게 된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아름다운 노랜 남아 있으니 무기력할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집에 콕 박혀 있을 때면 노래를 꼭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직장을 다닐 때는 먼지 쌓여 있던 블루투스 스피커가 지금은 열일을 한다. 노래가 주는 힘은 강한가 보다. 바람도 한결 시원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단풍이 서서히 나무들 사이에서 번져가고 있는 지금을 걱정과 우울한 기분으로 낭비할 수 없지! 하루하루가 기적임을 다시 한번 새기고, 현재를 사는 내가 되려고 하는데 사실 쉽지 않긴 하다. 일을 안 하고 시간만 죽이고 있는 나 자신이 밉기 때문이다. 근데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일을 해야만 사람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을 계속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기보다는 이런 시간들이 있음에 내가 더욱 단단 해 질 수 있지 않나 나중에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어제 머리를 감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
내가 흥얼거리고 순간 윙? 했다. ‘깊이‘가 왜 ’쉽게‘가 됐을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너무 생각의 골이 깊었나 보다. 부정이 습관이 된 건 아닐까 싶다.
난 오래 살고 싶긴 하니까...!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