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에 관하여
우리나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훔쳐가는 것은 자전거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파리에서는 길거리에서 크레페를 먹고 있는데 바로 옆에 세워둔 자전거 바구니에 올려 둔 가방을 도둑맞은 경험도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결국 신뢰라고 생각한다. 내가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찾고 싶은 것처럼, 타인이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카페에서 가방을 자리에 놓고 주문하러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처럼 행동했다가 레스토랑 주인이 내 가방을 들고 화장실까지 쫓아왔다) 적어도 한국에 살면서 물건을 도둑맞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사회적 자본의 대표 예시이다.
지난 달, 여의도로 시위를 하러 학교 근처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로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를 타기 어려우니 본인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알고보니 그들은 우리 학교 졸업생이었고 친구가 입고 있던 학잠과 방석을 들고 추위에 완전 무장한 우리의 모습이 영락없이 시위 참여자의 모습이어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택시를 계기로 만난 인연으로 추운 날 길바닥에서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먹으며 시위에 함께했고 끝나고 저녁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 집에 보드게임이 정말 많은데 4인용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을 한 명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와 흔치 않은 루트로 보드게임을 하고 왔다.
가보니 그 자리에 오랜만에 보는 지인이 있었고 2시에 만나 밤 9시까지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온 웃긴 사연이 있다. 누군가는 보드게임을 가져오고 누군가는 케이크, 누군가는 과자를 사오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상대의 이름과 소속이 아닌 게임 속 역할의 정보에 집중했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들이 다 크게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도 그 사람 자체로 이상한 사람이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고 또 실제로 그렇기에 사람에 대한 믿음을 계속해서 가질 수 있는 선 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은 사용할수록 총량이 늘어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 자본이라고 한다.
사회적 자본이 있기에 우리는 길거리에서 소매치기 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차에 가방을 두고 내려도 도둑맞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 많은 당연한 일들이 당연하게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몰래카메라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또 따뜻한 일들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하철에서 노선도를 보며 갸웃거리는 외국인에게 도움을 내미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세상,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옮기는 사람을 돕는 것이 당연한 세상,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인사하는 것이 일상인 그런 세상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단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서로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는,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검색어 ‘사회자본’, 2025.01.28,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8607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의 Alex Sh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