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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우치서핑 스토리1

이탈리아 제노바, 스테파노 편

by 장윤서

카우치서핑에 가입한 것은 남프랑스 니스에서였다. 휴양지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니스의 물가는 장난이 아니다. 4명이서 함께 쓰는 제일 저렴한 도리토리 방에서 지냈음에도 1박에 6만 원 가까이 들었고 조금 괜찮은 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음료를 제외하고 인 당 3만 원 이상 주어야 하니 예산이 빠듯한 백패커에게는 부담스러운 여행지임에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니스 주변에는 모나코와 칸 등 유명한 관광지가 모여있어 니스에 거점을 잡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 좋은 환경이었다. 나는 숙박비라도 아끼기 위해 카우치서핑을 가입했고 목표는 이미 예약한 호스텔 2박이 끝나기 전에 호스트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을 앞두고 호스트를 찾기는 어려웠고 니스를 떠날 각오를 하고 니스에서 버스로 3시간이 걸리는 이탈리아 제노바까지 넓혀 호스트를 구했다.


카우치서핑에 지역과 날짜를 검색하면 가능한 호스트들이 리스트화되고 호스트들의 자기소개 프로필과 이전 카우치서퍼들을 남긴 후기를 읽고 마음에 드는 호스트를 발견하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호스트 집에 얼마나 머물지, 몇 시에 만날지, 어떤 활동들을 같이 하고 싶은지 등은 모두 호스트와 카우치서퍼가 상의하기 나름이다.


카우치서핑을 알게 된 지는 조금 되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서 카우치서핑을 했던 친구와 또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걱정했던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여행에서 처음 이용해보았다.




제노바에서 스테파노라는 이름의 호스트를 구했고 고맙게도 스테파노는 제노바 정류장으로 나를 데리러 와주었다. 스테파노와는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눈앞에 보이는 시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친해졌다.


놀이기구.jpg 스테파노와 탔던 놀이기구. 한동안 꽤나 어지러웠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소리를 지르며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낮췄고 놀이공원 이후에 제노바의 야경이 잘 보이는 뷰 포인트로 스테파노는 나를 데리고 가 이탈리아 젤라또를 먹으며 이런저런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노바 야경.jpg 이탈리아 주요 항구 도시 제노바의 야경.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다음날에는 제노바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바닷가로 가 스테파노와 비치데이를 가졌다. 8월의 이탈리아는 정말 햇볕에 탈 듯이 덥다. 유럽의 여름은 한국처럼 습하지는 않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데 해가 강해 햇빛 아래에 있으면 뜨겁다 못해 피부가 따가운 느낌이 든다.


해변 40도.jpg 40도에 육박하는 약국의 온도계. 정말 너무너무 뜨거웠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쨍쨍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젤라또만을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고 지금 먹고 있는 유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과일맛 아이스크림은(폴라포나 스크류바를 생각하면 된다) 아이스라고 한다는 이탈리아인의 젤라또부심을 들으며 태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칵테일.jpg 비치데이 후 너무 더워 집 앞에서 칵테일 한 잔.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스테파노의 특징인지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고 이들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스테파노가 만들어준 바질 페스토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


바질 페스토.jpg 스테파노의 바질 페스토 파스타.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하루는 스테파노가 자신의 친구 모임에 초대해줬다. 장소는 한 피자가게. 그곳에서 스테파노의 오랜 친구 2명과 친구의 아내, 부모님, 딸까지 만났다. 두 친구는 스테파노와 함께 제노바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리투아니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로 이전만큼 자주 보지는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럼에도 1년에 한두 번씩은 꼭 만나는 절친 사이였다.


친구의 아내 분은 이탈리아어를 굉장히 잘해서 이탈리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리투아니아 사람이라고 했다. 영어도 유창하게 해서 이탈리아어로 진행된 모임에서 내가 갈피를 잃고 있으면 말을 걸어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주었다.


모든 대화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스페인어와 비슷한 말들이 많아 대화 주제 정도는 감을 잡았고 너무도 이탈리아인들의 모임인 곳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웃겼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이탈리아인들을 만날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자리가 소중했다. 그리고 스테파노가 자신에게 무척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소개해주었다는 것 또한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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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먹었던 피자, 친구들이 맛보라고 한 조각씩 주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나의 첫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스테파노여서 참 운이 좋았다. 스테파노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항상 물어보았고, 언제나 진심을 다해 대해주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이탈리아 사람의 표본 같았고 그는 젠틀맨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 출근 준비로 바쁜데 내가 냉장고를 열다가 접시를 깨뜨렸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접시를 치운 착한 사람이다.


제노바에서 토리노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는데 제노바가 아니더라도 이탈리아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했던 스테파노, 지금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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