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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죽었어

by yeon

오늘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뜬금없이


"나 기억났어. 엄마 xx(동생) 결혼식 때 쓰러졌어"


라고 한다.


가끔 이런다. 뜬금없이 엄마가 왜 이렇게 됐냐 왜 이런 거냐 묻기도 하고 기억났다고 하기도 하고..


그런데 점심에 뭔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중요한 걸 기억해 냈다는 듯 저 말을 내뱉곤


"오빠가 죽었어" 라며 밥 먹다 말고 운다.


엄마의 오빠 즉 외삼촌을 말하는 건데 돌아가신 지 20년은 된 것 같다.

외삼촌 역시 뇌출혈이었고 부위가 좋지 않아 수술도 못한 채 쓰러지신 후 2~3일 만에 돌아가셨다.


그때 엄마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면회 오라고 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때 중환자실 가서 외삼촌 손을 만졌는데 참 많이 차가웠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뜬금없이 오빠가 죽었다며 밥 먹다 말고 우는 엄마.


"엄마는 오빠 죽었는데 가지도 못하고.."


"아니야 엄마 갔어. 임종 면회도 하고 장례식에서도 3일간 갔어"


"그래?"


하면서 또 운다.


엄마에게 기억이란 저 바닥에 깔려있던 것들이 뜬금없이 떠오르는 걸까.


엄마가 쓰러지기 한참 전에 돌아가셨는데 요즘 뜬금없이 외삼촌을 찾는 일이 잦다.


저번달에 엄마 바로 밑에 동생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그날 엄마에게 말하진 않았고 좀 지난 다음에 슬쩍 말을 했었는데 그 때문에 기억에 혼선이 생긴 걸까.



엄마에게 오빠라는 존재는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보다 큰 존재였던 것 같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엄마는 외할머니는 안 보고 싶은데 오빠는 보고 싶더라. 엄마 죽으면 외삼촌 있는 납골당에 갖다 놔라 그런 말들을 했었다.


엄마는 중학교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먼저 서울에서 일하고 있던 오빠와 함께 지냈기에 부모보다 더 챙김 받았을 꺼라 그냥 막연히 추측으로만 생각해 봤다.


그런 오빠의 죽음이 왜 오늘 뜬금없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울었다. 인지도 하는 짓도 아이 같은데 우는 얼굴마저 해맑아 보이니 나로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이젠 기억의 순서마저 뒤죽박죽이 돼버린 엄마. 엄마의 소풍 끝나는 날까지 부디 나는 끝까지 알아봐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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