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물과 혼합물
혼합물을 분리해 갈 때 더 이상 분리하면 그 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이 변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금물을 증발시키면 물속에 있는 소금을 분리할 수 있는데 그 소금을 다시 염소와 나트륨으로 분리하면 그 염소와 나트륨에는 소금의 성질이 전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흙탕물에서 순수한 물을 증류해서 전기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되지만 그 수소나 산소는 물의 성질과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성질이 이주 달라지는 변화를'화학적 변화'라 하고 물에 소금을 녹이는 것처럼 겉보기만 변하는 것을'물리적 변화'라고 합니다.
소금물의 맛을 보면 역시 거기에 있는 소금 때문에 짠맛이 나는 것으로 보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금이 소금의 역할을 그대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성질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였어도 구성 물질 각각의 성질이 모두 나타나는 물질을 '혼합물'이라 한다면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만나 성질이 전혀 다른 제3의 물질이 만들어진 것을'화합물'이라 부릅니다.
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고추장을 넣어 비빔밥을 만드는 것은 혼합물을 만드는 것이며 쌀을 띄워 술을 빚는 것은 화합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쌀이 익어서 밥이 되는 것은 물리적 변화지만 나무가 타서 불을 만드는 것은 화학적 변화이지요.
물리적 변화를 할 때에는 열의 출입이 없지만 화학적 변화를 할 때에는 반드시 열의 출입이 있습니다. 쌀을 띄워 술을 만들면 열이 나지만 밥에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비벼도 열이 나지 않습니다. 나무가 타서 불을 만들 때에는 한꺼번에 많은 열이 나오므로 화학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리적 변화이건 화학적 변화이건 그 변화 전과 후의 질량은 항상 같아야 됩니다. 이를 질량보존의 법칙이라고 하지요. 열이 나오고 들어간다고 해서 질량이 줄거나 늘지는 않습니다.
철공소에서 나오는 쇳밥을 강력한 불꽃으로 가열하면 붉은빛을 내면서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철이라는 물질을 만드는데, 이렇게 하여 생긴 산화철의 질량은 가열하기 전 철의 질량보다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 있는 산소가 철과 반응하여 산화철이 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기 중에서 들어간 산소의 질량만큼 더 커지는 것이지요.
비빔밥의 질량은 거기에 섞인 밤, 나물, 고추장 등의 질량을 합친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렇게 혼합물은 얼마든지 다른 비율로 섞어 만들 수 있지만 화합물은 항상 일정한 비율로만 반응하여 화합물이 된다는 것이 혼합물과 화합물의 본질적인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소금과 물을 섞어서 소금물을 만들 때 물 100g에 소금 1g을 넣든 2g을 넣든 녹일 수만 있다면 그 비율을 다르게 할 수 있지만 수소와 산소가 만나서 물이 만들어질 때는 수소 두 통에 산소 한 통만이 만나 물을 만들지 그 이외의 비율로는 물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여 화합물을 만들 때에는 그 구성 성분들이 항상 일정한 비율로만 반응한다는 것이'일정성분비의 법칙'인데 혼합물에서는 어떠한 비율로도 섞일 수 있으므로 화합물과는 구별되는 것입니다.
산소와 수소를 섞어 혼합물을 만든다면 어떠한 비율로 섞든지 자유이지만 그것이 반응하여 물을 만들 때는 항상 수소와 산소의 부피비는 2:1로만 반응하므로 부피 비가 맞지 않을 때에는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고 남는 것이 생깁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질량의 비가 일정하다는 것이지요. 수소와 산소는 항상 1:8의 질량비로 반응하여 9의 물이 됩니다. 부피는 수소가 2배 크지만 질량은 산소가 8배가 크다는 것은 산소가 수소보다 16배 무겁다는 뜻입니다.
산소와 수소로 만들어지는 화합물은 물뿐만이 아니라 상처의 소독에 쓰이는 과산화수소라는 물질도 있는데 산소와 수소는 16 : 1로 결합하여 17의 과산화수소가 됩니다.
물(H₂O)과 과산화수소(H₂O₂)의 경우 수소 일정량과 결합하는 산소의 질량비가 1:2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탄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 탄소(CO₂)가 될 때도 탄소 일정량과 결합하는 산소의 질량비가 1:2가 됩니다. 이와 같이 화합물에서 한 물질과 결합하는 다른 물질의 비율이 항상 정수배가 된다는 것이 ‘배수 비례의 법칙’입니다.
이산화탄소는 몸에 해롭지 않은 기체이지만 일산화탄소는 흔히 연탄가스라고 하는, 일가족을 몰살시킬 수도 있는 상당히 위험한 가스입니다. 그런데 그 둘은 똑같이 탄소가 산소와 화학반응하여 만들어지는 물질입니다. 산소가 충분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지만 부족할 때는 일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데, 화학변화의 특성이 그렇듯이 이 두 물질은 전혀 다른 물질이며 성질도 전혀 다릅니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할 때에도 산소가 적당하냐 너무 많으냐에 따라서 물이 될 수도 있고 과산화수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은 우리가 마셔도 관계없지만 과산화수소는 상처의 소독 등에 쓰이는 물과는 비슷하지도 않은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물에 설탕을 섞는 것은 물리적 변화이기 때문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느냐 두 숟가락 넣느냐에 따라서 단맛의 정도가 달라질 뿐 질적인 변화가 없지만 화학적 변화인 수소와 산소의 결합은 1:1로 결합하느냐 1:2로 결합하느냐에 따라서 질적인 변화를 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물리적 변화는 단순히 외형만 변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고 화학적 변화는 근본적으로 다른 물질로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물리적 변화를 통해서는 혼합물이 만들어지며 화학적 변화를 통해서는 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때에는 반드시 질량보존의 법칙과 일정성분비의 법칙, 그리고 배수비례의 법칙의 제한을 받습니다. 그리고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때는 열의 출입이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