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한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다가 아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시험 운이 없어서 서울대를 못 가고 그 밑의 대학을 갔네요.
참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안돼요"
이 말을 들은 신도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는 아이가 좀처럼 공부를 안 해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툭하면 학교를 빼먹고 사라지는 아이를 가진 부모도 있었기 때문이다. 목사님의 자랑 아닌 자랑에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대놓고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국 사회는 잘난 척하는 것에 대해 싫어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영어에도 'put on airs' 이런 자랑과 관련된 표현이 많다. 이걸 보면 자랑하는 것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자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성취나 가진 것을 이야기하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자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 배경을 드러내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거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려고 한다. 좋은 가문, 좋은 대학, 직장, 비싼 차, 해외여행 경험 등을 자랑하며 자신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유행을 잘 따르는지, 내가 사회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
불안감이나 열등감을 숨기기 위한 방어 기제로 자랑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거나, 속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 더 강하고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심리이다.
아예 대놓고 내가 이 회사에서 잘 나가고,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 이런 사람은 실제로 많지는 않다. 자기 입으로 자기 자랑하는 게 없어 보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왠지 팔불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있는 경우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살짝 비난하거나 흉보는 척하면서 자랑하는 유형이다.
"우리 남편은 연봉 많이 주는 회사인 건 좋은데, 매일 야근이 많아서 얼굴 보기가 힘든 게 단점이야"
"우리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전교 1등 하더니, 2학년 되고부터는 전교 3~4등까지 내려가더라고"
주변사람 자랑을 하면서 자신은 이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점을 은연중에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는데, 걔네 집 놀러 갔는데 거기가 롯데월드 시그니엘이야. 뷰가 진짜 끝내주더라"
"사촌형이 1000억대 자산가야. 그 형이 골프장 회원권 가지고 있어서 그걸로 필드에서 골프 칠 수 있어"
이런 말들을 듣고 있다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본인 자랑인 듯 아닌 듯 주변 사람에 대해 자랑하면서 은근슬쩍 자기를 높이고 있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랑 끝에 불난다'는 말이 있다. 자랑을 듣다 보면 필연적으로 질투심이 생기게 된다. 사람들은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 이재용 회장 같은 수십조, 수백조의 자산가들에게 질투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랑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보다 잘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질투하게 된다.
이는 결국 그 사람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별 것 아닌듯한 것 가지고도 질투하게 된다. 동료가 결혼했는데 그 배우자 집안이 부잣집인 경우, 동료가 서울 노른자땅에 자가로 집을 마련한 경우 앞에서는 이를 축하하면서도 뒤에서는 나도 모르게 질투하게 되는 것이다.
자랑이 별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특히 직장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성과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생활을 너무 디테일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회사에서 소문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금방 쫙 다 퍼진다. 특히나 자극적인 소재는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간다. 회사에서 불륜 관련 스캔들이 퍼져나가는 속도를 생각해 보면 된다.
내 사생활은 소중하다. 굳이 좋은 일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떠벌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예 입을 닫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드러내지는 말자.
자랑을 하다 보면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를 과장하거나 감정을 섞어 이야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수능시험을 잘 치렀던 이야기를 한다고 하자.
"나 때 수능시험이 어려웠는데, 그때 대박이 터져서 수리영역은 전국 100등 안에 들었다니까?"
사실 100등 안에 들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자랑을 하다 보면 자기 흥에 겨워 허위, 과장이 섞이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과 결과만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제가 정말 열심히 해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대신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고, 그 결과 목표를 20% 초과 달성했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성과를 언급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기보다, 팀이나 동료들의 기여를 함께 언급하면 훨씬 겸손하게 들린다. "우리 팀이 함께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해보자. 이는 타인을 치켜세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법이다.
말로 자랑하는 것보다, 결과나 행동으로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 당신의 실력을 인정하게 된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낭중지추' 이 말처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내 가치가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에서 존경 욕구가 두 번째로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가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면서 존중받고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존경은 자랑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일 때, 미소 짓게 할 때 존경이 생겨나게 된다. 내가 일을 잘 처리해서 다른 사람들이 일을 더 쉽고 편하게 할 수 있게 될 때, 동료가 지치고 힘들 때 커피 한 잔 사주는 모습을 보일 때 존경이 생겨나는 것이다.
자랑은 결국 나를 좀 먹는 경우가 많다. 자랑을 하고 싶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절제된 방식으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