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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로마(6)

-보편제국 이념을 중심으로-

by 글쓰는 인문학도

3. 기독교의 수용과 '로마적 정체성'의 완성: 영원한 기독교 제국


로마 제국의 '보편성' 개념은 기독교의 수용을 통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본래 유대인의 민족 종교였던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사도들의 전도를 통해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기독교는 모든 인간이 신 앞에 평등하며, 구원은 민족이나 신분을 초월하여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기독교의 보편성은 로마 제국의 세계 제국 이념과 결합하여 '로마적 정체성'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3.1. 기독교와 로마 제국의 결합


기독교는 로마 제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초기에는 로마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로마의 전통 종교와 충돌하여 박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세기 초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고(313년 밀라노 칙령), 이후 테오도시우스 1세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면서(380년),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지배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3.2. '로마적 정체성'의 기독교화


기독교와 로마 제국이 결합하면서,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제국을 구약성서 다니엘서에 예언된 '제4의 제국'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로마 제국은 천국이 도래하기 전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지상의 제국이며, 기독교 세계(orbis christianus)와 로마 세계(orbis Romanus)는 하나라는 사상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상은 '로마적 정체성'을 단순히 세속적인 제국 이념을 넘어 신성한 종교적 사명으로까지 승화시켰습니다. 이제 로마 제국은 '영원한 보편 제국'이자 '기독교 제국'으로서, 전 세계에 기독교 신앙과 로마의 법과 질서를 전파해야 할 사명을 띠게 된 것입니다.


4. 나가며: '로마적 정체성'을 통해 본 중세 유럽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로마적 정체성'은 단순히 로마라는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넘어, '영원한 보편 제국'으로서의 로마가 가진 이상과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로마 제국의 팽창과 기독교의 수용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로마적 정체성'은 중세 시대 내내 동로마 제국, 신성 로마 제국, 교황령 국가의 성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들 세 정치 공동체는 모두 '로마'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권위와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세 정치 공동체가 '로마적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자기 인식과 타자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중세 유럽의 역사를 '로마적 정체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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