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 말고 플래티는 어때요?

사주에 물이 부족한 여자의 두 번째 이야기

by 포근한실공방


처음엔 어항에 무작정 구피를 들였었다.


“초보자에게 가장 쉬운 물고기예요.”


누구나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내 어항에선
구피가 자꾸 아팠고, 자꾸 사라졌다.


그때 ‘물고기 키우기는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어항에 남은 물과 조용한 공기만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번엔 좀 더 나에게 맞는 아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만난 물고기가 바로 플래티였다.

빨간 몸에 검정 지느러미의 왁 플래티

송사리과의 열대어이며,

원산지는 멕시코, 과테말라


구피와 같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난태생으로

성격도 무던해 여러 어종과 합사가 가능한 어종


피보다 통통하고 쨍한 원색의 플래티
눈에 띄게 화려한 무늬는 없지만
활발히 어항 속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보고 있으면
생기 넘치고 든든했다.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
플래티는 잘 자랐다.


밥도 잘 먹고, 물에도 금세 적응하고,
며칠이 지나도 탈이 없었다.
어느 날은 새끼도 낳았다.


여러 장식대신 고구마를 어항에 넣었다.


수경재배로 자라는 고구마는

어항에서 발생하는 질산염 농도를 낮춰주었고

고구마 뿌리는 치어의 은신처가 되어주었다.


숨을 데가 있으니

엄마 물고기도 긴장이 덜한 듯했고,
우왕좌왕 거리며 서로의 물길을 방해하지 않고

고구마 곁에 머물며 출산할 자리를 찾았다.

지금 어항은 무척 투박하고 단순하다.
그 단순함이 물고기들에게는 안정이고,
나에게는 평온이다.

어항은 이

단지 사주에 물을 더해주는 물건이 아니라,
내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해지는지를
알려주는 공간이 되었다.

노란 몸통에 검은무늬 범블비 플래티





첫 번째 글을 공개하곤

긴장감에 저녁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글을 누가 좋아해?'라는 생각에 잠겨갈 때쯤

작은 진동이 울려왔다.


라이킷,

작은 두드림에 부응하고자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본다.


어항 속 고구마 뿌리가

막 태어난 치어들을 감싸듯

첫 시작을 감싸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과 작은 행운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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