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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러닝 코스 1

형제 해안로

by 물질하는 남자

제주에 살고 있긴 하지만 꽤 자주 서울을 왔다 갔다 한다. 그때마다 일정이 되면 꼭 저녁에 운동을 한다. 한강도 뛰어보고 본가 주변도 뛰어본다. 서울 일정은 워낙 타이트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기 위해서 멀리까지 가본 적은 거의 없다. 물론 좋은 코스들도 많고 거의 제주도에서만 달리던 나에겐 높은 빌딩숲 사이를 달리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항상 '우리 동네만 못하네..' '빨리 제주로 돌아가서 가서 달리고 싶다.'라는 생각들이 들곤 했다.


최근 들어 서울 지인들 중에도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그중에는 제주도 러닝 코스에 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달려본 제주도 러닝코스들을 글로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앞서 말한 누굴 위해서 글을 쓴다던가 하는 말은 다 핑계고 "우리 동네가 제일 멋져!!" 라며 뽐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긴 하다. 앞으로 몇 부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이 글은 '제주도 러닝 코스'라는 제목의 탈을 쓴 '본격 제주도 찬양하기'로 읽어주면 고맙겠다.




제주도엔 달리기 좋은 코스들이 정말 많다. 특히 나처럼 트랙보다는 로드, 로드보다는 트레일을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매일매일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아직 제주 구석구석 전부 다 달려본 건 아니지만 오늘 그리고 앞으로 말할 코스들은 내가 직접 달려본 내가 살고 있는 '대정읍' 근교에 위치한 코스들이다.

그 첫 번째로 가장 많이 달렸던 송악산에서 시작해서 사계항까지 이어지는 '형제 해안로' 일대가 있다. 여기는 경치 좋기로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최근 '무쇠소녀단'이라는 방송에 소개된 적도 있다. 이 코스는 내가 속해있던 '송악산 러닝 크루'의 정기런 코스이기도 하다.


송악러닝크루 정기런


송악산에서 출발해서 형제섬이 보이는 해안 도로를 따라 사계 해변까지 왕복하면 약 5킬로 정도 되고 사계항 입구까지 갔다 오면 6킬로, 사계항 끝 등대까지 갔다 오면 약 7.5킬로가 된다. 원점 회귀 코스이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이나 컨디션에 맞춰서 거리 조절이 가능하다. 가드레일로 차도와 분리되어 있고 야간에는 일부구간을 제외하면 가로등도 설치가 되어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달리는 내내 보이는 뷰가 환상적이다.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형제섬을 볼 수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를 따라 달릴 수 있다. 형제 해안로는 한국의 아룸다운길 100선에 뽑혔다고 하니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곳은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출이라고 하면 동쪽을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성산 일출봉을 제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주 서쪽 최남단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실제로 1월 1일이 되면 새해 일출 구경을 온 차량들과 불법주차를 하고 도로를 무단 점거한 차량들로 인해서 이 아름다운 도로가 마비될 지경이다. 그러니 1월 1일 만은 피하시길... 그날만 제외하면 좌측엔 한라산과 산방산, 우측엔 송악산, 정면엔 바다 위에 떠있는 형제섬 그리고 그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 이 모든 풍경을 즐기면서 아침 러닝을 즐길 수 있다. 일출 러닝을 즐기고 싶은 부지런한 러너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형제해안로 일출런




최근 러닝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곳을 달리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내가 처음러닝을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계리에 사는 마라토너, 화순 사는 기타 선생님, 우리 동네 주유소 사장님 정도만 주기적으로 보였었는데 요즘은 동네 젊은 친구들부터 옆동네의 학부모님들 까지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분들도 아침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인도를 달라면 왜 길에서 뛰냐고 핀잔을 듣고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왜 길을 막고 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도 아무 말 못 하고 달리던 '침묵의 시절'은 끝났다. 전 국민이 러닝을 하고 자전거도로만이 아닌 러닝 전용 도로가 생기는 그날까지 계속 달려보자.


다음은 송악산부터 시작하는 '트레일 러닝'코스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photo by 모슬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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