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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쌀 Dec 11. 2019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다

삽을 들고 다녀도

이 글을 전 직장동료들이 읽으면 '이거 나 까는 거야?' 다소 헷갈릴 수 있다. 미리 밝혀두건대, 까는 것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까는 건, 그들이 앞으로는 안 그랬음 싶은 마음에서고(사람은 누구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하니까), 까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는 전제는 나는 그들을 참 좋아하기 때문이다.


너 보라고 입은 옷 아닌데?


나는 옷을 개성(!)있게 입는 편이다. 옷장의 옷들이 취향 따위 개나 줘버릴 정도로 다양하다. 옷빨도 꽤 좋은 편이다. 곧 여행을 떠날 것 같은 분위기의 캐주얼도, 10억짜리 계약서를 쓰러온 듯한 비장함의 정장도, 바람 불면 훌~ 날아갈 것 같은 여릿여릿 꽃무늬 원피스도 잘 어울린다. 물론 내 생각이다. 껄껄껄. 


껄껄껄, 아이유느님


무엇보다 어떤 옷이든 그건 내가 좋아서 입는 옷들이다. 내 패션이란 말이다. 


유일하게 옷 입는 것을 신경쓰게 하는 존재는 시어머니. 언젠가 날갯죽지에 새겨놓은 타투를 보시고 "이거 뭐니?" 물으셨는데, 순간 당황해서 "지워지는 거예요." 하고 말았다. 스티커인 척했다(지금 생각해보니 얼척이 없다). 아무튼 그 이후 어머님과 마주칠 일이 있는 날에는 날갯죽지 노출에 신경 쓰는 편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은 누군가의 눈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잘 보이고 싶어서(?) 옷을 입는 게 아니다. 예뻐보일 수는 있어도(그래, 나도 알아) 과한 표현은 부담스럽다. 듣고 싶지 않은 칭찬이다. 흔히 쓰는 영어인사처럼(물론 나는 흔히 안 쓰지만 You look great today!) 오늘 참 근사해보인다 정도로 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오늘 무슨 날이야? 데이트 해?


내가 데이트할 사람 없는 유부녀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이것봐, 아니라고!).

스모키 메이크업이라도 하고 가면 왜 이렇게 진하게 했냐는 둥,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가면 쥐 잡아먹었냐는 둥, 모자를 쓰고 가면 머리를 안 감아서 쓴 거냐는 둥, 둥둥맨들의 둥둥둥 소리가 어찌나 많이 들리는지. 시스루면 시스루대로, 등산복이면 등산복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 지적. 그나마 나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더 쎈 둥둥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나의 내면에 스트레스를 쌓아놓지 않는다. 


더블 짤은 뭐니 뭐니 해도 영화 <타짜>


11월부터 스타트업 라이프가 시작되면서 신경 쓰였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멤버 속에 둥둥맨이 있을까봐였다. 듣는 순간 더블로 가도 될 것인지, 초장에 성질(+성깔)을 다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되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아무말이 없다. 


'훈' '고' '심' '승' 모두 내게 아무말이 없다. 모자를 쓰고 가든, 융드레스를 입든, 힙합바지를 끌고 와도... 내게 아무말이 없다. 화장을 하든 안 하든, 안경을 쓰든 안 쓰든, 헬스장에서 달려와 축축한 머리를 휘날릴 때도, 전날 먹은 술에 쩔어 구토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아무말이 없다. 


나 투명인간이야?


외모나 패션만 그런 게 아니다. 남편과 결혼생활은 몇 년째인지, 주말에는 뭐했는지, 사생활에 대해 묻지 않는다. 나이도 묻지 않고, 혈액형을 묻지도 않는다. 와~ 그런데 나는 왜 이들이 궁금하지? 

'훈'은 누구랑 술을 먹고 다니는지, '고'의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는지(아니, 연애한 적은 있는지), '심'의 아기는 어떤 성격인지, '승'은 와이프와 무슨 야식을 그리 시켜먹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나도 묻지 않는다. 나도 묻지 않고, 그러니 듣지 않는다.  


이런 관계가 주는 홀가분함을 흠뻑 느끼는 중이다. 


브런치에 글로 쓰다 보니 문득 또 궁금하다. '자기들끼리 짰나?' 그런데 묻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이고, 각자 일에 충실하면 되니까. 일로 엮인 동료애만으로도 사회생활에서는 충분하니까. 



+ 한복

조만간 한복을 입고 출근해보련다(나 한복 샀거든). 
이날도 내게 아무말 없는지는 추후 후기 다시 남겨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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