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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Dec 15. 2015

"저 솔직히 멜버른 실망했어요"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

브리즈번에 묵던 숙소에서 알게 된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시드니를 거쳐서 멜버른으로 갈 예정이었다.


멜버른에 가서 이 분이 하시는 말씀이,


저 솔직히 멜버른 실망했어요


놀란 척을 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놀랐다.

나에게 멜버른이 조용하면서도 자연이 아름답고, 독특한 카페도 많았고, 건물 모양새도 조화로웠다. 이 정도면 쉬러 간 사람에게 더 바랄게 있을까. 특히 카페가 마음에 쏙 들게도 구석구석에 있었고, 라떼도 부드러웠다.


나는 여행을 하고 나서 싫은 소리를 할 줄 몰랐다.

싫다고 말하는 것은 도시 내지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 것이 싫다고 생각이 들면, 내 스스로 이건 좋은 건데 내가 감상하고 즐길 줄을 모르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인 적이 많았다.

호주에서 본 그림에서는

Happiness cannot be simulated.

라는데, 나는 기쁘고 만족한 척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분이 실망스러운 것을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것이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는 것만큼 멋있는 게 또 있을까. 나보다 몇 살은 어리지만 되려 배우고 있다. 하루 잠깐 통성명하고 더 이야기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더 이야기하면 많이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나도 솔직해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무언가가 좋아도 좋다고 겉으로 크게 표현하는 것은 괜히 쑥스럽다. 슬쩍 "뭐, 좋네, 괜찮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도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긍정적인 느낌을 스스로 만끽하면서 표현하는 사람이 내뿜는 아우라는 진심으로 탐이 난다.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써야겠다.



P.S.)

500일간의  Summer라는 영화를 간만에 다시 봤다.

Tom(남자 주인공)이 Summer(여자 주인공)과 500일간의 썸을 타다가 Summer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그 남자는 Summer가 읽던 책의 작가를 물어봐준 남자였다.


그러다가 Tom이 면접장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할까 말까 하고 고민하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는 '인생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스스로를 속이다가

마지막에 솔직해져서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통성명하고 보니 그 사람의 이름은 Autumn.

솔직하다는 건 덩이째 굴러들어 오는 복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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