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아나운서 저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를 읽고
32년 경력 윤영미 아나운서의 말하기 노하우 압축본이다.
지인들과 하는 대화, 직장에서 하는 보고, 공적인 스피치를 포함한 넓은 관계에서의 말하기 방법을 다룬다. 바꼈다가 아니라 바뀌었다, 역활이 아니라 역할이 맞다는 식의 기술적인 부분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와 비언어, 말하는 기술과 마음가짐,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 모두를 범위로 한다.
비언어가 소통의 5할, '꿀 떨어지는 눈'이 중요하다.
책에서 언급하는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소통하는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한 중요도는 아래와 같다.
언어 7% 말의 내용
준언어 38% 말소리의 빠르기, 크기, 높낮이, 억양
비언어 55% 외면(몸동작, 시선, 걸음걸이, 외모), 내면(지적인 느낌과 인품)
비언어가 55%로 영향이 크다. 비언어는 '말 뒤의 말'로도 불린다는데, 최근에 그 별명을 절실히 느낀 적이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의 1년을 기다려서 만난 지인이 있었다. 분명 오가는 말로는 반가운데,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어딘가 느껴지는 벽이 있었다. 눈빛이었는지 손짓이었는지 콕 집어내기는 어렵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이 사람과는 여기까지 친해질 수 있겠구나'하고 아쉬웠다. 오랜만에 만났던 만큼 더 한숨이 났다. 특별하게 생각했던 사람도 내 마음속에서나마 특별하지 않아지는 것을 보면 비언어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비언어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선의 예로 '빌 클린턴의 시선'이 있다.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상대방을 볼 때 그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고 한다. 상대를 미리 조사해서 '어머니 병환은 어떠신가요?'같은 매우 사적인 질문을 해서 큰 감동을 준다. 요즘 말로는 '꿀 떨어지는 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꿀 떨어지는 눈'으로 봐주는 대통령이라면 호감을 갖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은 다르다.
말 잘하는 것은 언어와 준언어 부분에서 탁월함을 뜻한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펼치는 전달력을 갖추는 것이다.
잘 말하는 것은 비언어 부분까지 포함한다. 눈빛, 표정, 자세, 옷차림, 몸짓, 이미지를 포함한 외면은 물론이고, 인품과 같은 내면까지 총망라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습득하기는 어렵다.
은연중에 전자에만 집중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한 눈빛, 부드러운 표정, 적당한 손짓과 몸짓, 알맞은 쉼, 좋은 표현, 지혜를 담은 나만의 콘텐츠를 품을 수 있도록 의식하고 노력해야겠다.
가성비 좋은 재테크
누구나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 말과 태도를 바꾸면,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30살이니까 앞으로 더 살 50년동안은 써먹을 수 있는 자산이다. 이것이야 말로 비과세에다가 가성비까지 좋은 재테크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저수지라면, 말은 수도꼭지로 나오는 물이다. 수도꼭지에 괜찮은 필터를 달면, 단기적으로 말하는 기술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원적인 해결책은 저수지에 담은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역활로 잘못 쓴 것을 역할로 바꾸는 것, 팀장님에게 보고할 때 의식해서 당당하게 가는 것처럼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을 실천에 옮겨야겠다. 그와 동시에 많이 읽고, 스스로 고민하고, 쓰면서 내면을 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