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꾸준함의 결과
올해 1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글을 정기적으로 써보겠다고 마음먹고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일주일 만에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합격.
그리고 작가 신청할 때 썼던 글을 다시 고쳐 써서 1월 21일에 첫 번째 글을 올렸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참 오글거린다. 뭘 그리 멋있게 보이려고 썼었는지.. 그렇게 글쓰기가 시작됐다.
글을 쓰면서 내가 세운 규칙은, 생각나면 쓰는 게 아니라 의무적으로 써보기였다. 적어도 연재 두 개를 매주 한편씩 쓰려고 했다. 그래서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매주 글을 올리겠다고 나름대로 기준을 정했다.
처음에는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어서 미리 목차도 다 적어두고, 예전에 메모해 뒀던 걸 꺼내서 써먹기도 해서 어렵지 않았는데, 점점 지나니 소재가 고갈되고, 뭘 쓰지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날 보자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만약 그때 글쓰기를 그만뒀다면, 아마 흔한 작은 이벤트 중에 하나로 끝났겠지. 브런치도 휴면상태로 들어갔을 테고. 하지만 그 암묵적인 압력 때문에 지금까지 써오고, 구독자도 100명이 된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
100명, 사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숫자일 수도 있다. 실제로 습관적으로 구독을 누르는 사람도 있었다. 구독을 누르고, 구독 동행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던 사람도 있었고, 그에 답을 하지 않았더니 며칠 후 구독은 취소되었다. 굳이 일부러 구독수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내 글을 읽고 싶은 사람으로만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이 숫자가 더 의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돈이 되지 않는다. 블로그에 전문인 지인은 차라리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웃 관리를 하면 소소하지만 글을 쓴 대가를 받을 수도 있고, 식사나 샘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브런치가 좋다. 광고 없이, 온전히 글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좋다. 진짜 별거 아니지만 진짜 작가가 된 듯한 기분?
어찌 보면 참 하찮은 글인데,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감이 되고 미소가 지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난 또 메모장에 끄적여 본다. 미리 안 써두면 마감일에 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테니까.
언제 어떤 이유로 구독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구독자분께서 아직도 잊지 않고 읽어주고 계시다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은 쓰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읽히기 위해 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씨앗을 뿌렸다면, 여러분이 읽어야 제 글이 싹이 트고 꽃이 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글이 꽃피게 해 주셔서, 제가 글을 쓸 이유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