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안부 인사
비는
버스 밖
창을 두드린다.
습기를 머금은 물방울,
궤적을 그리며 낙하한다.
누군가의 온기,
덩그라니 남은 글자.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필요할까.
단 하나의 문장,
열 마디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잘 지내지?
…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는
마음까지 스며들었다.
우산 끝에 맺힌 물방울,
털어내어도 이내 아롱졌다.
전광판의 무의미한 글자들,
가을 새벽을 무겁게 만드는 고요함.
비는 세차지도, 여리게도 오지 않았다.
다만 곁에 머무를 뿐.
…
손님이 없는 버스 안.
눅진한 공기가 잊힌 노래처럼 맴돌았다.
창가의 자리,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불빛을 갈라놓았다.
손끝이 닿자
차갑게 굳은 유리,
그 위에 남겨진
희미한 획 하나.
아직 지워지지 않은
누군가의 온기.
잘 지내지?
누구도 묻지 않던 질문,
그러나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입술에 맴도는 대답은
끝내 소리로 나오지 못했다.
무릎까지 전해져 오는
엔진의 진동,
가슴까지 차오를 듯한
차창의 빗소리.
떨림과 울림,
겹쳐온 그리움,
손끝을 흔들었다.
빗물이 천천히
글씨를 지워 나갔다.
한 글자씩,
흩어지며 사라져갔다.
…
흘러내린 빗물,
글자를 삼킨다.
사라진 줄 알았던 문장,
눈을 감으니 더 선명하다.
덩그라니,
나에게만 남겨진 안부.
잘 지내지?
잘 지내시죠?
이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스쳐가는 모든 것에 마음을 담아,
안부를 여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