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주대학보 인터뷰 전문

한국 바이오 연구자의 현실 진단

by 액시엄

이 내용은 아주대학보사의 '인재 유출'을 주제로 한 서면 인터뷰에 대한 답변으로, 2025년 09월 09일에 작성된 내용의 전문입니다.


질문자(Q): 아주대학보사 김민재 기자

답변자(A): 작가 액시엄 (본명 최광훈)


2025년 09월 05일 - 인터뷰 제안

2025년 09월 08일 - 질문 수신

2025년 09월 09일 - 답변 작성 및 발신

2025년 09월 15일 - 지면 발행 (아주대학보 695호)

2025년 09월 17일 - 온라인 발행


Q.

MIT의 경우 바이오 분야 포스트닥터 평균 연봉이 1억 1천만 원인데 반해 국내 4개 과학기술원은 4천8백만 원에 그쳤습니다. 다른 반도체나 AI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임금 격차는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임금 격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연구원의 입장에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연구자의 처우는 결국 산업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주목받고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시장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며 이는 곧 연구 종사자의 임금 수준으로 직결됩니다. 산업이 활발해질수록 더 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해지고 인재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인력 확보를 위한 임금 인상이 뒤따르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잠재력이 큰 미래 산업보다는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적 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과거에도 미국 IBM의 혁신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석유/화학, 중공업에 치중했으나 임팩트 이후 전자/컴퓨터 분야에 투자하며 세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현재 서구 선진국들이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자/컴퓨터 중심 투자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바이오산업의 ‘임팩트’가 발생하면 그제야 뒤늦게 급격한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일 수 있으나 동시에 산업 발전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교육기관은 반대로 미래산업의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교육과 산업 수요 간의 시차 때문에 학생들이 배출될 즈음, 해당 산업이 아직 실적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면 인재 과잉 현상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바이오산업은 30여 년 전부터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재는 꾸준히 배출되었으나 이들을 수용할 기업은 제한적이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굳이 임금을 높일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이 산업 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이들의 임금 책정 방식이 산업 전반의 수준을 결정짓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타트업과 중소 제약사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여 인재에게 높은 보상을 제공하기 어렵고 이는 곧 업계 전반의 평균 임금을 낮추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현재 연구자들의 낮은 임금은 과잉 공급과 부족한 수요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연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인재 공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 성장과 투자 확대를 통해 수요를 키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Q.

한국의 1인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미국 50만 달러, 독인 29만 달러, 일본 23만 달러에 비해 19만 달러로 매우 낮게 지원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연구에 대한 제약이 생기고 연구 의지가 꺾인다는 비판이 있는데 실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바이오산업 연구에 사용되는 재료는 일반인이 평생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들입니다. 단 한 방울로 암 발병률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독성물질도 있고, 특정 항체는 생체 자원을 희생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들의 구매 비용은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항체 100 µL의 가격이 40~80만 원, 희귀 항체는 100만 원을 넘기도 하며 희귀 유전자형 마우스는 한 마리에 200~400만 원 수준입니다.


또한 바이오 연구의 기본 단위는 μ(마이크로), n(나노), p(피코) 등 일상 단위(mL)보다 수천~수십억 배 작은 범위이며 유전자 연구에서는 10⁻¹² mL 수준을 다루기도 합니다. 이처럼 극소량의 시료를 다루기 위해서는 고정밀 장비와 기기가 필수적이며 그 운용 비용도 상당합니다. 더욱이 바이오 실험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재료의 무결성과 계획의 확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비용이 높더라도 글로벌 기업의 신뢰성 있는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저가형 제품도 시중에 많지만 재현성과 품질 보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바이오 연구개발은 전형적인 high risk, high return 구조를 갖습니다.


만약 연구개발비가 충분히 책정되지 않으면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저가형 재료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연구의 성공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설령 성공하더라도 재현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재현성이 없는 결과는 연구로서 가치가 없습니다. 신약의 임상시험에서 품질이 시험마다 달라진다면 어떤 병원과 환자가 그 신약을 신뢰하겠습니까? 따라서 바이오산업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안정적이고 충분한 비용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경험) 대표적인 단백질 분석 기법인 Western blot은 거의 모든 연구에서 사용되지만 제가 근무했던 한 스타트업은 연구개발비가 부족해 해당 장비와 항체를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동물세포와 미생물을 반드시 분리해 다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생물 전용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산학협력을 맺은 대학교 실험실을 빌려 연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회사는 성남에, 학교는 시흥에 있어 물리적 이동도 힘들었고 외부인으로서 학생들과 교수진 눈치를 보며 실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이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고된 환경이었습니다.


Q.

한국은 독일에 비해 연구당 인력 지원 수가 3배 낮고 미국에 비해 과도한 행정 업무까지 연구원이 직접 담당하며 연구 활동 시간 비중이 20% 적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연구 몰입에 방해를 받는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실제경험) 제가 박사 과정을 밟던 대학병원 연구실에서는 환자의 임상 샘플을 정기적으로, 또 수시로 확보해야 했습니다. 매일 오전 10시에는 병동에서 혈액 샘플을, 오후 3시에는 기관지내시경실에서 Bronchoalveolar Lavage(BAL) fluid를 수집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폐 조직 확보를 위해서는 조직검사나 이식수술 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조직검사는 주로 평일 낮에 진행되지만 이식수술은 공여자의 상황에 따라 평일, 주말, 주야를 가리지 않고 6~8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샘플 확보 업무는 제가 연구에 집중하는 시간을 심각하게 분산시켰습니다. 게다가 병원과 연구소 관련 행정 업무는 반드시 평일 9시~17시에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정작 연구는 야간에 진행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국내 특유의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까지 겹치면서 연구자 개인의 시간당 연구 효율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산업계와 연구소 그리고 학계 간 연계 기반 경력개발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학계에 속한 신임 연구원은 산학 연계 연구를 통해 경력을 쌓을 기회가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해외 선진 연구국에 비하면 그 기회가 너무 적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어려운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은 대부분 중소기업과 연계됩니다. 하지만 산업을 선도하는 혁신 기술은 주로 대기업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소기업이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입니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신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책 지원이나 외부 투자 없이 혁신을 시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경험 있는 인력풀을 갖춰야 하지만 산학협력을 통해 확보되는 인력은 대개 이론적 지식만 가진 연구보조원 수준에 머무릅니다. 결국 산학협력은 기업의 성과보다는 학생들의 성장 기회 제공에 가까운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산학협력의 본래 취지는 기초과학 연구와 기업의 기술 개발이 결합해 더 큰 성과를 내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이 또 하나의 ‘교육의 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 학생들이 기업에 기여하는 방식은 반복 작업, 재료 준비, 실험 정리 등 단순한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기초 연구자가 추구하는 ‘현상 규명’과 기업이 원하는 ‘제품 개발’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국 과학과 공학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학적 역량이 입증되지 않은 학생을 연구팀에 투입하는 것이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학생들 역시 혁신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과 협력하기를 원합니다. 이 때문에 산학협력이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실제경험) 제가 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며 산학실습 학생들을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지름길을 택하기도 하는데 이는 경험적으로 근거가 있지만 신입 연구자들에게는 비과학적 또는 편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FM’ 방식으로 절차를 바꾸지만 실험 시간은 늘어나고, 결과가 반드시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재료 준비, 정리, 청소 등 단순 업무로 제한됩니다. 이로 인해 기업은 관리 부담이 늘고 학생들은 기대했던 양질의 경험을 얻지 못해 서로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과제에서는 산학협력이나 산학실습을 진행하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합니다. 스타트업은 과제 수주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므로 이 같은 비효율을 알면서도 협력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일정 규모로 성장하면 산학협력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한국의 연구계는 수직적 조직문화와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제도를 형성 중이라고 합니다. 즉,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것이 어렵고, 이는 신진 연구자의 연구계 진입을 방해하고 연구의 혁신성을 저해한다고 비판을 받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으로 근무할 당시 느꼈던 경직된 조직 운영 방식과 인사 체계가 있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국내 기업의 연구 체계는 전형적으로 수직적입니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에 대한 예외적 사례에 불과합니다.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려면 연구보조원부터 CEO까지 격 없는 토론이 가능한 수평적 구조가 필요합니다. 연구는 본질적으로 실패가 많은 과정이므로 지속적인 조율과 개선을 위해서는 모든 연구자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제경험) 제가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지질대사를 연구하던 시절, 회사에서는 자체 개발한 신물질로 인슐린 저항성(IR; Insulin Resistance)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HepG2 cell(Hepatocellular Carcinoma cell; 간세포암 세포주)에 팔미트산(palmitic acid)을 처리해 IR 상태를 유도한 뒤, 신물질을 처리하여 저항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인슐린 반응이 정상인 수준까지 회복되기는 어렵지만, 일정 수준 이상 개선된다면 충분히 의학적, 학술적 의미가 있다는 근거를 다수의 논문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CEO는 반드시 정상인의 수준까지 회복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연구팀 전체가 한 목소리로 학술적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CEO는 이를 묵살했고 결국 저희는 CEO의 지시에 따라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Q.

새로 유입되는 연구원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74%가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과거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과반 이상이 미래 전망이 안 좋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지금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계신다는 가정하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연구원은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미래 가능성을 개척하는 선구자이지만 당장의 실적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시장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미래 산업보다 즉시 이익을 내는 실적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이는 정부 지원을 위축시키고 산업 발전을 지연시키며 종사자의 처우를 하향 조정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연봉은 직장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연구자들도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대기업을 선호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들보다 뛰어난 경험을 쌓으려 합니다. 또한 같은 연봉을 받는다면 불확실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결과가 보장된 반복적 업무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순한 업무라도 실적을 쌓을 수 있다면 추후 연봉 인상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은 미래 산업의 가치를 중시합니다. 당장의 실적이 부족하더라도 혁신성과 기술성이 인정되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도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독성물질 취급으로 연구자들의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복지 정책까지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제 지인은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데, 귀국하면 스웨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해외는 연구자 확보가 곧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이민 평가제도(CRS)에서 석/박사 학위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미국은 연구 경력만으로 고용주 스폰서 없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취업 제안 없이도 비자 신청이 가능하며, 독일은 고소득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이처럼 이민 문턱은 낮고 연봉은 국내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러한 환경이 결국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을 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많은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며 국내 연구원에 대한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기반이 탄탄한 큰 규모의 기업보다 기반이 약한 스타트업에서 인력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계 상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임상시험을 통과해야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데 이 임상시험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임상시험은 1상(수십 명 규모의 건강한 성인 대상), 2상(수백 명 규모의 비교적 건강한 환자 대상), 3상(수천 명 규모의 비교적 건강~중증 환자 대상), 4상(시판 후 장기 추적 조사)으로 구분됩니다. 보통 3상까지 완료해야 신약 시판이 가능하며 후보물질 발굴부터 3상까지는 10~15년, 임상시험만 해도 6~10년이 걸립니다. 신약 하나의 연구개발 비용은 약 10억 달러, 실패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20억 달러에 달합니다. 즉, 스타트업이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10~15년과 10~20억 달러 규모의 확정 지출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 현실은 스타트업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만들고 연구개발비와 재료비를 줄일 수 없으니 결국 인건비 삭감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대형 제약사는 매출을 책임지는 메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제제가 병원과 약국에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반 덕분에 신사업 도전 여력이 크고, 이는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따라서 바이오 연구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확실한 임상시험 성과를 기다리기보다 더 나은 보상과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대형 제약사나 해외 제약사로 향하게 됩니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바이오 분야에서는 인재의 해외 유출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인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임상시험의 리스크, 정부 지원 축소까지 겹치면 바이오 기업의 인건비는 구조적으로 오를 수 없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은 학부 졸업자도 연봉 6천만 원 이상을 제시받지만 바이오산업은 박사 학위자조차 4,500만 원 수준에 머물고, 석사는 3,600만~4,000만 원, 학사는 3,000만 원 초반대가 일반적입니다. 2025년 최저임금 기준 연봉이 약 2,515만 원, 이력서가 필요 없는 물류센터 비정규직 연봉이 4,000만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연구자의 처우는 학력과 전문성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국내 바이오 연구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이는 인재의 해외 유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국내 연구 환경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합니다. 보상 체계의 확립도 필요할 것이며, 첨단 장비와 연구 데이터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연구 인프라 확충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신진 연구자가 연구계에 발을 쉽게 내딛을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을 쌓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구식의 경직된 조직 문화와 인사 체계도 유연하게 바꿔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연구 환경개선을 위한 방안 제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언급한 문제 외에도 기존에 생각하고 느끼셨던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A.

국내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우 개선이나 인프라 확충에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다층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우선 보상 체계 측면에서는 프로젝트 성과와 개인 기여도를 기반으로 한 평가 및 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신진 연구자도 작은 성취를 빠르게 인정받으며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연구 장비나 자원의 단순 보급을 넘어 국가 단위의 통합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누구나 최신 연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연구자를 위한 전용 펀드를 마련함으로써 연구 현장의 불균형을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는 대학원 과정이 단순히 학문적 훈련에 머무르지 않고 산학협력 속에서 실제 실험 디자인, 기술 검증, 사업화 기획 등 산업적 요구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개편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확보하고 학생들은 연구 결과가 산업과 사회에 기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연구행정의 전문화입니다. 연구자가 직접 과도한 행정 업무에 매달리지 않고 별도의 연구행정 전문 인력이 이를 전담하도록 하여 연구자는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복지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사례처럼 고위험/고노출 실험에 종사하는 연구자에 대해 장기적인 건강 모니터링과 가족 지원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연구자가 개인의 삶과 미래를 희생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연구자들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 인재 유출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질문 외에 ‘인재의 해외 유출’이라는 키워드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인재의 해외 유출은 단순히 국내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연구 생태계에서 인재들이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해외에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국내로 다시 환류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예컨대 귀국 연구자 지원 제도, 국제 공동연구 플랫폼, 원격 협업 인프라 등이 뒷받침된다면 해외에 나간 인재도 국내 연구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연구자 개인이 커리어와 삶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한국 역시 세계 속에서 경쟁력 있는 연구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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