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숴버리고 싶다!
어느 토요일, 엄마들끼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니, 아이들 핸드폰 어디까지 허용해 줘?"
뜬금없이 T엄마가 물었다.
"나 같은 경우는 중학생이 되자마자 학교에서 필요해서 부랴부랴 사주었는데, 그전에는 내 핸드폰으로 뭐 하루 30분 정도 했던 것 같아. 많으면 한 시간 정도. 지금은 뭐 더하지 뭐... 적어도 이래저래 매일 2시간 정도는 할걸! 놀라운 사실은 우리 애 반에는 핸드폰 없는 애가 우리 애랑 ADHD 심한 친구 딱 두 명이였다는 사실이야!"
"그럼, 핸드폰 하는 시간에 OO는 뭐 해? 게임? SNS? "
"뭐, 자기 말로는 학교 단톡방에 올려진 숙제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고 하고 가져가는데 한 시간 있다가 주니까 몰래 게임하는 것 같아. 우리 애는 전투기 게임 이런 거 좋아하거든. 옛날에는 포켓몬고 정도의 단순게임이었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컴퓨터로 하는 롤플레잉게임은 하지 않아. 그거 하면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데... 남자아이라 게임을 좋아해!" 나는 말했다.
그러자 M엄마도 입을 열었다.
"우리 M은 주로 친구들과 SNS로 대화를 많이 하지... 여자애잖아! 남자애들은 게임, 여자애들은 SNS 아니겠어? M도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 놓고 15분, 20분 뭐 딱 이 정도로 했었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지만 중학생이 된 지금은 새벽까지 친구들과 SNS를 하지... 음악을 듣는다고 해놓고는... 나 저번에 새벽까지 핸드폰 하는 우리 M보고 너무 화가 나서 막 뭐라고 했잖아. 정말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다! 아주 전쟁이야 전쟁!"
"아 다들 그렇구나! T도 핸드폰을 요새 좀 더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그걸로 자전거 동영상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고 검색도 하고 다행히 게임은 안 하는데 그래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해서 나는 이번에 스마트폰감옥을 샀잖아. 그리고 우리 동네 애들은 죄다 하나같이 아이폰 최신형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T도 갖고 싶다고 말하는데 짜증 나! 그거 사주면 핸드폰을 더 할 텐데..."
"다들 아이들과의 핸드폰전쟁 때문에 힘들구나. H는 아직도 시나몬롤폰이어서 알이 떨어지면 더 이상 핸드폰을 할 수가 없어! 그런데 그 폰이 아이폰이랑 비슷하게 생겼나 봐! H친구들이 아이폰이냐고 물어본다고 하더라고!"
"우리 S는 작년에 핸드폰이랑 한 몸이었잖아! 등하굣길에도 핸드폰을 놓지 않고 다니고 그렇게 웹툰을 보느라고 정신없었어. 그래서 그때 내가 T엄마처럼 스마트폰 감옥도 사고 그랬지... 그런데 지금은 다행히도 질렸는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
"어떤 애는 야동에 중독되어 있다는데..."
"어떻게 들어가는 거야? "
"부모님 계정으로 들어가는 거 아닐까? 심각해"
"아.. 모르겠다!!" 엄마들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 논술선생님하고 상담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요새 아이들이 문해력이 전보다 훨씬 떨어지는 데 그 이유가 바로 코로나도 있지만 디지털기기 특히 핸드폰 때문이라고... 글쓰기 능력도 현저히 예전에 비해 떨어진던데..." 내가 말했다.
"맞아요. 심각해. 내가 그 현장에 있잖아! 애들 글쓰기 수행평가 때 쓰기 싫어서 그냥 백지로 내는 애들도 있어." T엄마가 맞장구를 쳤다.
"나는 해외의 어떤 나라처럼 아이들의 핸드폰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는 모두 M엄마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H엄마는 전에 H를 토요일일마다 하루 종일 게임이든 핸드폰이든 허용해 주는 치팅데이를 갖지 않았어어? 지금도 그렇게 해?" 나는 물었다.
"아니, 그렇게 해주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안 해줘. 토요일, 일요일도 학원가는 판에 어떻게 해줘. 나는 6학년까지 아이들 놀게 해 줬잖아! 그래서 밀린 게 너무 많아. 해야 할 공부는 왜 이렇게 많은지..."
"그거알아? 어떤 엄마들은 핸드폰 그냥 막쓰게 해줘! 우리처럼 통제하지 않는 엄마들도 있어."
"아... 그래?"
우리는 놀라워했다.
아이들은 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핸드폰의 유혹은 손이 닿는 쉬운 곳에 있다. 하루는 우리 아들에게 왜 자꾸 핸드폰을 하고 싶어 하냐고 물었다. 핸드폰을 사주기 전까지는 20분만 하루에 게임을 해도 자기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었는데... 아들은 친구와 교류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핸드폰은 필요 없다고 했다.
아! 할 말이 없다. 이해가 갔다.
핸드폰사용문제가 비단 아이들뿐일까? 전철을 타면 죄다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엄마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래에는 핸드폰 보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닌 일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