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3

글 속에서 태어나는 나

by SYKim

나는 쓴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단어를 숨처럼 들이마시고 내쉬며 하루를 산다.


시는 나의 첫 심장이다.
짧은 행마다 심장이 뛴다.
한 단어에 모든 계절을 눌러 담고, 한 줄에 바람의 결과 비의 냄새를 묶어둔다.
시를 쓰는 순간, 나는 세상의 미세한 숨소리까지 듣는 생물로 변한다.
새벽 창문에 걸린 빛, 길가에 떨어진 낙엽 하나, 말끝에 스친 웃음의 온도까지.
그것들은 내 안에서 발효되어, 한 줄의 시로 떨어진다.

사람들은 시가 함축이라 말하지만, 내게 시는 농축이다.
삶의 가장 진한 부분을 오래 달여 남은 몇 방울.
그 농도를 견디기 어려워 잠시 숨을 멈추는 독자가 있다면, 그 순간에야 시는 완성된다.


에세이는 나의 두 번째 심장이다.
시에서 응축된 마음을 풀어놓는 자리, 나와 나 사이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앉는 시간.
나는 에세이 속에서 나를 변호하기도 하고, 차갑게 판결하기도 한다.
때로는 나를 다독이고, 때로는 모른 척 지나친다.
글을 쓰는 동안 내 안의 목소리들이 차례로 말을 건넨다.
“그때 넌 왜 그랬니?”
“그럼에도 잘 살고 있잖아.”
이 목소리들은 종종 나보다 더 나를 잘 안다.
그래서 에세이를 마치고 나면, 나는 어제와 다른 얼굴이 된다.


짧은 소설은 나의 세 번째 심장이다.
여기서 나는 나를 비워내고, 다른 사람이 된다.
내 친구 부부가 되기도 하고, 길 잃은 아이가 되기도 하며, 사랑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인물의 몸을 빌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나 끝내 알게 된다. 모든 인물의 심장 속에는, 내 심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짧은 소설은 꿈과 닮았다.
얼굴은 다르지만, 모든 것이 나로부터 흘러나온다.


글쓰기는 세 개의 방을 가진 집이다.
시의 방은 창이 작아 빛이 강렬하다. 오래 머물면 눈이 시린다.
에세이의 방은 창이 넓고 바람이 잘 든다. 한참 앉아 있어도 숨이 막히지 않는다.
소설의 방은 문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이어진다.
나는 하루에도 이 방들을 드나들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숨 쉬고 산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글을 쓰나요?”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시 한 편, 에세이 한 장, 소설 한 페이지가 그 이유이기 때문이다.
쓰는 동안의 나는 가장 나다우면서, 동시에 나를 벗어난다.
문장 속에서 나를 만들고, 문장 밖에서 나를 잊는다.
고독하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내가 만든 인물과 생각들이 내 옆에 앉아,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나는 앞으로도 쓸 것이다.
시로 순간을 붙잡고, 에세이로 그 순간을 풀어내고, 소설로 그 의미를 다른 삶에 심어줄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다 잠시 멈춘다면, 숨을 고른다면, 혹은 자기 안의 잊힌 문장을 발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첫 문장을 쓴다.
그리고 안다.
이 첫 문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