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가장 낮은 도시에서 집값이 가장 올랐다

서울·도쿄·뉴욕 보유세 비교가 드러내는 것은 무엇인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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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땅값이 떠받치는 것들


존 스타인벡은 1939년 『분노의 포도』에서 대공황 시기 오클라호마 농부들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는 과정을 그렸다.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땅을 잃는다. 토지 보유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조건의 문제라는 것, 스타인벡이 드러낸 구조였다.


오늘 서울에서는 그 조건이 거꾸로 작동한다. 시가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1주택으로 보유하는 사람이 내는 연간 보유세는 약 300만 원대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로 동결된 상태에서,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45%를 적용하면 과세표준이 시가의 30% 수준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의 도쿄 맨션 보유자는 서울의 3배에서 5배 수준을 낸다. 뉴욕 주택 보유자라면 5배 전후다. 비용이 낮은 곳에서 토지는 자연스럽게 쌓인다.


스타인벡의 농부들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땅을 잃었다. 서울의 질문은 그 반대편에 있다. 너무 낮은 비용이 토지를 특정 계층 안에 가두고 있다면, 그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2. 세 도시 세율 격차의 내막


먼저 숫자를 배열한다. 한국의 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3년 기준 약 0.14~0.20% 수준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추산치와 토지+자유연구소의 OECD 비교 자료가 이 범위에 수렴하며, OECD 30개 회원국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율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유가 드러난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만든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로 4년째 동결 중이다. 1가구 1주택자에게는 43~45%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하므로, 과세표준은 시가의 30% 안팎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1주택 특례 세율(표준세율보다 0.05%포인트 낮은 0.05~0.35%)을 적용하고 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1주택 공시가격 12억 원)에 미달하는 아파트는 실효세율이 시가의 0.1% 초반대에서 움직인다.


도쿄는 고정자산세 1.4%와 도시계획세 0.3%를 합산해 부과한다. 과세 기준이 되는 고정자산 평가액은 시가의 약 70% 수준이다. 계산상 시가 대비 명목 실효세율은 1.19%에 달하지만, 200제곱미터 이하 소규모 주거용 토지는 과세표준이 6분의 1로 줄어드는 특례가 있다. 이를 적용하면 토지 지분이 작은 맨션(집합주택)의 실효 부담은 낮아지며, 통상 0.6~1.2% 범위로 추산된다.


뉴욕의 구조는 겉으로 복잡하다. 1~3가구 주택(Class 1)의 법정세율은 2025~2026 회계연도 기준 약 20.085%이지만, 과세평가비율이 시가의 6%에 불과하다. 두 수치를 곱하면 시가 대비 실효세율은 약 0.88~1.0%가 된다. 다만 뉴욕은 지역별 편차가 극심하다. 고소득층 밀집 지역의 고가 콘도는 평가 방식의 차이와 각종 감면으로 실효세율이 0.2%대까지 내려가는 반면, 일반 주택가는 1.0~1.3%까지 올라간다.

정리하면 서울 0.14~0.20%, 도쿄 0.6~1.2%, 뉴욕 0.8~1.3%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 차이를 만들어낸 설계의 논리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3. 낮은 세금이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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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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