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실패가 아니라 입구를 잃었다

왜 첫 직장은 사라지고 포기가 먼저 오는가

by 김선철

1. 기계 앞에 선 인간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는 1936년에 만들어졌다. 대공황 이후 대량실업과 산업 자동화가 동시에 밀려오던 시기, 채플린은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의 얼굴을 희극처럼 보여주었다. 웃음은 있었지만, 그 웃음 아래에는 인간이 일자리의 주인이 아니라 기계의 부속품이 되는 불안이 깔려 있었다.


9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장면 앞에 서 있다. 공장 컨베이어벨트 대신 채용 플랫폼이 있고, 기계식 톱니바퀴 대신 AI와 경력직 중심 채용이 있다. 첨부 기사는 20대 구직단념자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문제는 청년이 나약해졌다는 데 있지 않다. 청년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2. 숫자가 말하는 침묵


2026년 3월 고용동향은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은 69.7%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고, 전체 실업률은 3.0%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 수도 2,879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만 6,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통계 안에서 청년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전년 동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했고, 청년층 실업률은 7.6%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고용시장은 버티고 있는데, 청년 고용만 따로 미끄러지는 모양이다.


더 무거운 숫자는 구직단념이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20대 구직단념자는 7만 3,407명으로 전체 구직단념자 35만 4,000명의 20.7%를 차지했다. 이는 30대, 40대, 50대, 60대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노동시장 밖에 머무르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쉬었음’ 상태의 청년은 40만 2,000명에 달했고, 취업준비자는 63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5% 감소했다. 청년이 일하지 않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행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겉으로는 고용률의 숫자가 움직이지만, 안쪽에서는 청년의 의지가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다.


3. 첫 일자리의 붕괴


청년 고용의 핵심은 일자리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경로가 살아 있는가이다. 과거에는 신입 채용이 있었다. 기업은 완성된 인재만 찾지 않았다. 부족한 사람을 뽑아 교육하고, 조직 안에서 숙련을 쌓게 했다. 신입은 비용이었지만, 동시에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투자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선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1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0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도쿄는 건물이 아니라 도시를 경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