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이지테크에서 배운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술’
현관을 열자, 거실 온도와 습도가 뜬다. 조도, 움직임, 전력 사용 패턴이 곁가지처럼 따라붙는다. 대시보드 왼쪽에 아주 작은 깜빡임—평소보다 움직임이 길게 멈췄다는 신호. 아들은 앱을 확인하고 전화를 건다. “어머니, 낮잠 주무셨어요?” 전화기 너머, 조금 더딘 대답. 그는 안심하고도 고맙다. 화면 속 ‘정상’이라는 초록색 표시는 단지 데이터가 아니라, 서로의 안부를 묻는 새로운 언어였다.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며 선택한 길, 에이지테크의 한 장면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 숫자가 삶을 바꾸는 나라가 되었다. 2025년 고령화율 29%대, 머지않아 30%를 넘어설 전망—이 숫자는 돌봄의 시간표를 바꾸고, 가족의 하루를 바꾸고, 산업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그들은 ‘돌봄’을 개인의 미덕이 아니라 사회의 역량으로 다시 설계했다. 내각부,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이 각기 맡은 자리를 붙들고, 현장의 요구와 기업의 기술을 잇는 매칭 플랫폼까지 세웠다. 돌봄의 수요를 예측하고, 사람의 부족을 기술로 메우고, 기술의 낯섦을 서비스로 덮는 방식으로.
첨부된 보고서를 읽으며 세 가지 장면을 오래 붙들었다. 기술 자체보다 ‘쓰는 사람’이 중심에 선 장면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고령자는 변화가 있어도 “살던 집과 동네”에 머물고 싶어 한다. 일본의 AIP(자립생활) 기술은 바로 그 마음을 지지한다. 예컨대 LASHIC 같은 생활패턴 센서는 온·습도, 조도, 움직임 데이터를 쌓아 평소와 다른 리듬을 감지하고, 일정 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보호자와 담당자에게 즉시 알린다. ‘응급’이 뜬 뒤가 아니라, ‘이상’이 감지될 때 달려가게 하는 기술. asken은 식사 기록과 체성분, 검진 정보를 AI로 분석해 부족한 영양소를 짚고, 관리영양사가 주간 피드백을 얹는다. TORUTO는 5미터 보행 영상을 올리면 낙상 위험을 수치와 그래프로 돌려주고, 그 결과를 환자·가족·케어매니저와 공유한다. 설명이 통하는 순간, 운동 처방은 꾸준함을 얻는다. 기술이 ‘데이터’를 만들고, 서비스가 ‘생활’을 만든다.
돌봄의 가장 큰 비용은 시간과 허리다. 일본은 이 지점에 로봇을 들였다. HUG는 침대에서 휠체어로, 화장실로 이동하는 순간의 체중을 분산시켜 간병인 1명도 안전하게 ‘일으켜 세우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SATOILET은 일어서기·앉기 동작을 전동으로 보조해 배설을 스스로 가능하게 하고, 종사자의 부담을 줄인다. 존엄의 기술은 이렇게 작동한다. 가능한 능력을 남기고, 필요한 힘만 보태는 것. 그 사이에서 돌봄은 노동집약을 벗어나 품질집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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