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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갱춘기,『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읽고

50대에 던지는 '나 자신 알아가기'의 질문


[독서토론]
일시: 2025년 11월 4일 (화) 14:00~16:30
참석자: 우분투7.0 회원 및 전문적 학습 공동체 '10년후' 회원 20여 명


주관한 단체 회장님의 상세한 책 소개로 토론이 시작되었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독서토론인가? 긴장도 되면서 기대도 되는 독서토론이었고, 회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니, 이 책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가 우리 50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특히 노년기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의견, 그리고 우리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라고 고백하는 지점들이 오늘 토론의 핵심이라고 생각되어 나름대로의 생각을 메모하여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쉽지 않았다.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나 외의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호소하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안심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나는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50대가 노년기를 준비하기 위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봤다. 내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고독'과 친구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갱춘기,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일상의 재건


브뤼크네르는 노년에도 꺼지지 않는 욕구들을 이야기하면서, 의학이 생명을 연장한 만큼 "관계를 통한 연장된 생명만큼의 시간을 채우려고 하지 말라. 더 외로워질 뿐이다"라고 경고한다. 이 말이 나에게는 꽤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감정)을 밀어내고, '고독'(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 근육을 키우는 시간)과 동행하기로 했다. 은퇴 후의 긴 시간을 타인과의 관계에만 의존해 채우려 하면, 오히려 더 공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출근에서부터 퇴근까지의 8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는 지금 내게 정말 중요한 주제이고 깊이 생각하여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이 고민을 함께 해주고,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에서 "진짜 삶은 '지금 여기'에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하지 말라. 현재에 집중하라"라고 했을 때, 나는 이것을 '사소한 일들을 일상으로 만드는 행동'으로 해석했다. 50대부터 매일 아침과 저녁에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이 사소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바로 '나만의 세계관'을 장착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부터 '고독'과 동행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은퇴 후 근무했던 시간 8을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로 채울 수 있는 출발점이 바로 고독과의 동행이다. 고독과 동행하기 위해 여러분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나 자신을 안다는 것, 나의 '에너지'와 '욕망'에 대한 질문


오늘 토론의 가장 큰 쟁점은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공직 생활을 하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뤼크네르는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그런데 자기 힘이 얼마만큼인지 알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 '욕망의 순서와 위계'를 정하고, 동시에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힘(에너지)'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욕망의 위계보다는 실제로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반백년 이상 살아온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되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존재해야 하는 바로 그것(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데카르트의 말처럼 생각하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곧 행동의 전초 기지나 다름없다. 오늘, 지금 존재하는 나를 확인하기 위해 내 안의 욕구를 거짓 없이 마주하고(솔직히 힘들다.), 그것을 현실 속에서 '행동력 있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 헛된 희망에 흔들리지 말자"는 현실 원칙을 받아들이면서도, 가능한 것을 기쁘게 누릴 수 있는 지혜가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강점이 무엇이고, 약점이 무엇이며,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행동으로 꾸준히 실천하며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는가?


갱춘기 50대,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운'을 받아들이는 자세


이 책은 "자신의 유일무이성에 갇혀 늘 똑같은 인물을 무한히 재생산하는 것도 위험하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완벽하게 나를 알았다고 선언하는 순간, 성장은 멈출 것이다. 나는 나이 들어서도 '미성숙을 허락된 시기 이상 연장하는 것'이 세상이 변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사소한 것의 중요함에 경탄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익숙한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행복한 바보'가 되어가며 작고 사소한 것에 놀라는 감정과 생각을 지워버리고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불안하고 불완전한 자아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미지의 것을 받아들이고, 자명해 보이는 것에 경이로워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과정인 것 같다. 50대인 지금이 바로 탐색하는 시기이고, 은퇴 이후 노년기를 나름대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탐색하고 있으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운(運)'이 작용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건강을 지키려 발악하며 사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후회와 상실을 존재의 행복에 불가분 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브뤼크네르의 조언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특히, '상실'에 대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비루한 자신의 모습도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행복의 한 단면임을 알아야 한다. 상실감마저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폭넓은 지혜의 마음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다채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서로 모순되는 두 명령"을 따르고 싶다. 고독 속에서 나만의 확고한 관점을 갖추되, 세상의 소음과 기이한 것들의 작은 음악에도 언제나 깨어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갖추는 것. 이것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를 읽고 내가 노년기를 준비하는 지금의 마음이다.


여러분들도 유연한 자세와 지혜를 갖출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독서토론을 마치며, 회원 중 한 분은 '은퇴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겠다. 너무 계획적으로 살면 일찍 죽는다는 통계가 있다'라고 말을 해서 전체가 웃음을 지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름을 가지고 있고, 다르기에 세상은 늘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향성과 힘(에너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독서 토론을 통해 책을 읽고, 각기 다름의 방식을 공유하고, 노년의 삶을 살기 위해 지금부터 나를 알아가는 의도적인 연습을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특히, 갱춘기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연재했던 나로서는 다시 한번 더 노년을 준비하는 지금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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