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기심이 많다. 늘 새로운 것이 궁금하다. 전자기기도 이것저것 만져보고 싶은데 경제적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일단 내 손에 들어온 것을 잘 사용하자고 생각한다. 오늘은 요즘 말썽인 노트북 이야기!
내가 처음 컴퓨터를 만져본 건 바야흐로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그해 1988년, 중학교 1학년 때다.
어느 학교에나 컴퓨터를 좋아하고, 컴퓨터 교육에 앞장서는 선생님들이 계셨고 나 역시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해서 컴퓨터실에 자주 들락날락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기계(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에 있어 배움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노트북 펴고 집안 이곳저곳에서 퇴근 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학교 선생님들도 업무용 노트북에 수업 자료를 넣고 교실을 옮겨 다니며 사용한다. 4년 전쯤부터 노트북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가벼운 모델이 아니라서 자주 가지고 나가지는 않지만 여행 중에 갑자기 업무 사진을 보내달라던가,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할 때는 노트북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런 노트북이 왜인지 요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내가 너무 혹사시킨 건가 싶기도 하고, 뭘 잘못 건드렸나 싶기도 하고, 뽑기를 잘못한 건가 싶기도 하다.
여태껏 운 좋게도 항상 주변에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 컴퓨터를 살 때나 수리할 때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요즘은 남편이 봐주니 평생 자잘한 A/S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수리를 마칠 때까지 일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인데, 이번에는 당장 급한 마감 건이 없어서 이 또한 다행이었다. 사실 식은땀이 좀 나면서도, 이번 기회에 가벼운 노트북으로 갈아타는 건가 설레기도 했다.
당연히 있어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흔히들 산소를 꼽는다. 요즘은 나를 대신해 일해주는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휴대폰도 산소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을까? 나처럼 휴대폰으로 업무 확인하고, 연락하고, 매일 사진 편집하고, 글 쓰는 사람은 더더욱 전자기기를 장시간 떼놓을 수 없다. 글은 펜으로 써야 맛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떠오른 생각을 재빠르게 기록하기에는 컴퓨터 키보드만 한 게 없다. 사소한 차이로 느끼는 생활 속 불편함과 고마움. 오늘은 책상 주변의 물건들을 점검하고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물건 말고 생각나는 사람이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