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이한... 이 남자랑 벌써 십 년을 살았네

by 김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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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이제 곧 신혼여행 갔던 곳으로 다시 여행을 간다.

벌써 10년이나 살았네.

우리 부부는 조금 특이하다. 특이하다고 말하면 그렇지만, 세상에 똑같은 부부는 없으니까 어찌 보면 평범하기도 하다.


나이 차이는 열 살.

함께 일하던 외국인은 쿨하게 "사랑하면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했지만, 주변의 반응은 모두 놀라움이었다. 지금이야 같이 늙어가지만 가끔 그 나이를 다시 생각하면 '참 어렸구나!' 싶다.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에 결혼했는데 '결혼하던지, 헤어지던지 선택하라'는 엄마의 강요가 없었으면, 연애만 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다.

요즘은 40대 연예인 임신부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뒷바라지하려면 내 나이 60대인데. 그때까지 내 체력이 버텨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안녕, 엄마>에도 나와 있듯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우리가 늙는지도 모르고 10년 세월을 비슷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때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싶은데, 아직은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삶이 좋아 보류 중이다.

아이가 없는 삶은 평온하다. 큰돈을 벌지 않아도 가끔 여행하며 살 수 있고, 입시 정책에 따라 학원을 알아보지 않아도 되고, 결혼(주택) 자금과 유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한 번 그리고 처음 사는 삶이고, 서로의 인생이 똑같지 않으니 그저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손뼉도 부딪혀야 소리가 난다던가.

남편 속에는 영감이 백 명쯤 사는 것 같다. 나는 신혼 초까지 기복 있는 성격이던 지라 남편의 이런 면이 좋게 느껴졌다. 밖에서 깔깔 대고 웃은 적 없고, 큰 소리 낸 적 없고, 뛰어다니지 않지만 평생 손잡고 느긋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다. MBTI로 굳이 말하자면, 남편은 INFJ, 나는 ISTJ...

'다시 안 볼 거 아니면 싸우지 말고 서로의 타협점을 찾자.'는 것이 남편의 말인데.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서로 큰 소리 내고 마음에 상처를 주면 어쨌든 앙금이 남는데 그 사람을 다시 100%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까? 한때는 술도 먹고, 꼭 이겨야 하는 성격이었던 내가 요즘은 신선이랑 사는 기분이다. 신선 아니고 영감인가.


서울깍쟁이와 강화 도령.

10년 차이면 세대차이가 느껴질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어릴 적 나는 떡볶이를 100원에 사 먹고, 남편은 200원에 사 먹었지만, 나는 서울 중심부인 중구 아파트에 살았고, 남편은 인천 강화도에 살았어서 10년 세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경험이 얼추 비슷하다. 연탄아궁이가 있는 집에 살고, 석유곤로에 밥을 해 먹고, 뽑기와 아폴로를 사 먹던 시절을 기억한다면 우리 다 비슷한 세대 아닌까. 여담이지만 생활사전시관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나도 옛날 사람인가?'싶다. 하긴 반백년을 살았으면 어리지는 않지.


부부란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부부 사정은 남들이 속속들이 알 수 없고, 결혼을 말리지 않듯 이혼이라는 선택도 존중하지만 어떤 부부든 이왕이면 평생 해로하면 살면 좋겠다.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가면...' 생각했던 적이 없을까? 남편도 마찬가지겠지만, 미래를 보며 살아가는 거겠지. 함께 있어서 그 미래가 지금보다 못하다면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게 맞고, 더 잘 살 것 같다면 더 가보는 게 맞다. 금혼식, 은혼식 외에도 동혼식, 석혼식, 목혼식, 지혼식 등의 기념일이 있다는데, 막상 결혼기념일 당일은 이래저래 바빠서 '아, 맞다!'하고 지나는 우리 부부는 10주년을 이렇게 챙기는 것만으로도 다행인지 모르겠다. 결혼기념일 선물은 됐고, 앞으로 10년 더 잘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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