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 노노~ 나는 자유여행을 간다!
가뜩이나 예민한 나의 대장이 여러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시간 맞춰 이동하고, 붐비는 곳을 여행한다면 정신을 못 차릴 게 분명한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사진에 진심인 나와 남편은 다른 사람들보다 관광 시간이 두세 배는 더 걸리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가고싶은 나라, 장소, 식당을 찾고 정하는 것은 언제나 나의 몫인데, 언제부턴가 여행지에서 컨디션이 참 안 좋았다. 기분은 좋은데, 왜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걸까?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어서 동남아, 대만, 중국본토 여행 때도 먹기는 잘 먹었는데 항상 예민한 장이 문제였다. 여러번의 여행 준비를 하며 이번에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2~30대에는 두달 전에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고 한달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웠다. 가이드북을 여러 권 보면서 스케줄과 동선을 짰다. 자주 갈 수 없는 여행이라 조금 더 눈에 담아오려고 참 열심히도 돌아다닌 것 같다. 요즘은 가까운 나들이는 매달, 지방으로는 두세 달에 한 번은 이동할 여유가 생겼다. 프리랜서이지만 약속된 일이 있으니 마냥 마음 편한 여행은 아니었고, 일주일 정도 떠나 있으려면 2주 전부터는 스케줄을 바짝 땡겨서 여행 전에 일을 다 마무리해야했다. 그리고는 가장 피곤한 상태로 여행을 출발하니 컨디션이 안 좋을 수 밖에... 여행 간다고 일을 빼먹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요즘은 여행 준비도 20대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드니까 여행도 즐겁지 않아요. 20대에 10의 에너지로 했던 일들이 이제는 50, 60의 에너지가 필요해요. 여행도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야 즐겁죠." 어제 우연히 지하철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러네... 시작을 결심하기도, 실행하기도 예전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같은 곳을 걸어도, 같은 공연을 봐도 일로 대하는 것과 마음의 짐을 덜어놓고 즐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데, 여행 전 일주일 동안은 새벽 2~3시가 되도록 글을 써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바쁜 게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 전부터 대장은 '피곤, 피곤'을 외치고 있었고, 그 시그널을 무시하고 여행했으니 탈이 날 수 밖에... 여행지에서는 일의 특성 상,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취재가 많아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신경쓰이는 일이다.
여행지에서 잘 먹고, 잘 노는 사람이 참 부럽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있어 그럭저럭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는데, 이번 여행은 잘 즐길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서는 휴대폰으로 사진만 찍어보려고 한다.
마음 편히 여행하는 방법, 나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