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지금

by 복순이

가끔씩 그런 날이 있다. 만약 예전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내 모습은 지금과 다를까?

어떤 날은 후회한 적도 있지만 혼자서 혹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내린 결론은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돌고 돌아 지금과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다들 하는 결혼, 뭐가 그리 신중하다고 안 하고 지내는 건지

남들은 쉽게 쉽게 취업도 잘하고 힘들어도 사회생활하며 경력을 쌓고 꿈을 좇는데

나는 왜 아직까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 건지도 막막한 걸까?

나만 이러나? 하는 주인공병에 빠져있다가 할 일 없으면 그냥 나가서 걷자 하고 돌아다녔다.


그땐 왜 그랬을까 아무짝에 쓸모없는 생각을 하며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거리의 풍경

아 내가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이제 장사 안 하려나 보다

나도 저렇게 흰색 셔츠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어색하게 면접 보러 갔었는데

아직도 붕어빵이 4개에 천 원이라니 시간이 저기만 멈춰있는 걸까

쟤들은 뭐가 저렇게 재밌다고 깔깔대며 웃는 건지, 하긴 나도 저땐 저랬지

다들 그냥 사는구나

별반 다를 바 없구나


다들 각자의 모습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사는구나. 궁금하다 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들도 내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근데 내 이야기는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인거지?

기억을 더듬어보고 옛 사진을 꺼내어 보기도 하고 연필로 꾹꾹 눌러쓴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일기를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졌다.


12살의 나는 이런 내용의 일기를 썼다.


어른들은 흔히 사랑을 하면 행복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행복 그 자체도 잘 모르겠다. 아~ 나도 어서 어른이 되서 사랑이란 글자를 잡아 행복해지고 싶다. 근데 왜 사랑은 남녀가 해야만 하는 걸까? 내 자신이랑 나부터를 사랑해도 괜찮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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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글자를 잡아 행복해지려고 밖으로 나가 돌아다녔나 보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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