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공무원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7

by 비마

씨라큐즈 근처에 올바니 (Albany)라는 도시가 있다. 차로 90번 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를 달리면 닿는 거리이다. 그 도시는 뉴욕주 (州)의 수도이다. 그 올바니에 있는 뉴욕주립대학 (SUNY Albany)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L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동창인 그는 문화체육부에서 과장을 하다가 유학을 온 지가 3년반을 넘고 있었다.


봄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그를 찾아갔다. 올바니대학 근처의 아담한 아파트에서 부인, 아들등 모두 3식구가 조용하게 살고 있었다. 그는 코스는 모두 끝내고 이제는 논문을 쓰고 있다고 했다. 중학교때에도 항상 전교에서 1등만 하던 터라 공부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친구였다. 내가 놀란 것은 그가 무척 말랐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공부를 하느라고 그렇게 말랐다는 것이었다.


그는 첫 두학기를 대충 중간정도의 성적으로 보냈으나, 3학기째부터는 모두 A학점을 받았다고 했다. 그 덕분에 그는 학비면제의 장학금을 받고 있었다.


세계화를 그렇게 목청껏 외쳐대던 한국정부는 공무원들에게 2년동안은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하지만, 그 이상 기간이 지나면 모든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호봉도 정지된다. 그는 그 덕분에 서울에서 빼온 전세금을 거의 다 쓰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WTO) 출범등을 전후해서 대외협상 인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공무원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들어온 터였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원마저도 없다는 것은 좀 의외였다.


공무원의 대우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정부패 척결을 외쳐댔지만, 경찰, 세무 등의 비리를 모두 척결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사실, 비리척결을 외치기 이전에 공무원들의 처우부터 개선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교육 공무원들은 또 어떤가. 초중등교사들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니, 사기가 오를 리 없고, 또 유능한 대학졸업자들이 교직으로 가려고 하지를 않는 상황이 아닌가.


또 기왕에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 좀 더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크게 격려해야 할 일이다. 공무원들이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국가는 더 튼튼해진다고 봐야한다. 대외협상이나, 국내 정책등 모든 면에서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박사 공무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는 더 효과적으로 더 깊이있게 정책들을 추진할 수가 있다. 미국이 강대국인 것은 정부내에 많은 인재를 키워서 적재적소에 쓰기 때문이다. 정책은 사람이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이고, 정책의 수준은 공무원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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