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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지역별 글로벌 마케팅이란?

by 닥터몬드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한다!”


이 말은 글로벌 기업 마케터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동일한 제품이라도 국가마다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글로벌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도 바로 이 지역별 '고객의 다양성’이었습니다.


1. 글로벌 마케팅, 왜 ‘지역별’이어야 할까?


많은 신입 마케터들이 “좋은 제품이면 전 세계에서 똑같이 잘 팔리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곤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무를 하다보면 바로 알게되죠,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요. 고객이 느끼는 제품의 ‘좋음’이라는 기준은 지역의 문화, 언어, 소비성향, 기술 인프라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제가 갤럭시 A 시리즈의 글로벌 캠페인을 기획했을 때, 중남미 고객들은 듀얼 SIM 기능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인도 시장이나, 동남아 시장은 배터리 지속시간을, 북미 시장은 카메라 성능을 중시했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전 세계에 파는 것은 같지만, 제품의 판매를 촉질할 포인트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제품의 매출이 갈리는 것이죠.



Gemini_Generated_Image_jmr6zwjmr6zwjmr6.png [그림 5] 지역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차별화 전략 예시



2. 지역별 전략 수립의 핵심은 ‘현지화(Localization)’


‘One Message, Global Delivery’는 이상적인 마케팅 전략이지만, 글로벌 마케팅에서는 ‘Think Global, Act Local’이 실전 전략입니다.


삼성전자의 빅데이터 센터에서 각국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놀라웠던 점은, 같은 제품이라도 검색 키워드가 지역마다 달랐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냉장고 광고를 하더라도 유럽에서는 ‘에너지 효율’, 중동에서는 ‘대형 냉동실’, 한국에서는 ‘깔끔한 디자인’이 검색 유입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그래서 지역별 캠페인을 설계할 때는 현지 고객의 우선순위와 니즈를 정확히 분석한 뒤, 핵심 메시지를 세분화해 전달해야 합니다.


3. 데이터가 말해주는 지역별 전략의 차이


실제 사례로, 제가 참여했던 스마트폰 론칭 프로젝트에서는 글로벌 캠페인 KPI 외에도, 각 지역법인별로 커스터마이징된 KPI를 설정했습니다.


- 미국 시장: 소셜미디어 내 브랜드 언급량과 긍정 감성 비율 상승

- 인도 시장: 검색량 대비 구매전환율 상승

- 브라질 시장: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 증대


이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역별 KPI 설정은 단순히 ‘광고를 광범위하게 노출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역 소비자의 행동 패턴에 맞춘 전략 설계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4. 문화적 코드, 절대 간과하면 안 되는 요소


어느 날, 중동 지역 스마트폰 광고에서 모델이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하는 컷이 들어갔는데, 현지 법인에서 난리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 제스처가 일부 아랍 문화권에서 모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는 흰색 배경 대신 검은색 같은 진한 색을 선호하거나, 광고 모델 복장에 노출이 거의 없도록 요구되거나, 제품을 오른손으로만 들도록 연출하는 등 국내와는 전혀 다른 기준이 있어, 손짓 하나, 색상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고의 슬로건이나 표현이 아랍어로 번역될 때 뜻이 바뀌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런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글로벌 광고를 만들 때, 반드시 지역별 문화 코드와 감수성을 사전에 면밀히 체크하는 프로세스를 강화했습니다. 단순 번역을 넘어서, ‘문화 번역’이야말로 글로벌 마케팅에서 핵심이 되는 이유입니다.


5. 글로벌 마케팅 성공의 열쇠는 '유연한 현지 대응력'


성공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서는 본사 중심 전략 외에도, 현지 마케터들과의 협업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시리즈를 인도에서 론칭했을 때는 현지 유튜버들과의 영상 콘텐츠 제작, 힌디어 기반의 해시태그 캠페인 등을 병행했습니다. 한국 본사에서는 마케팅 콘텐츠 전략 방향성과 디지털 에셋 등의 자원을 제공하고, 현지에서는 그 지역 고객에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를 풀어냅니다.


이처럼 ‘본사-현지 협업 구조’는 글로벌 마케팅의 핵심 성공 요소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는 있어도 글로벌 소비자는 없습니다. 결국 모든 소비는 ‘로컬’에서 일어나니까요.


글로벌 마케팅은 단순히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아닌 것은 우리 독자님들도 다 아실 겁니다.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각 지역 고객에게 맞춰 나아가는 전략의 집합입니다. 예비 또는 초보 마케터일지라도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인사이트와 현지 지역 및 고객에 대한 존중을 갖추면, 충분히 글로벌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도 결국 ‘글로벌이란 이름 아래의 수많은 로컬’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의 시작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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