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침묵은 누구의 죄일까.

한 작가님의 글을 읽고 던진 인간에 대한 질문.

by 감차즈맘 서이윤

누군가의 침묵이 그만의 세상을 슬프게 할 때,

나는 내 안의 침묵을 마주해야 했다.


최국만 작가님의 글 <말없는 청년과 나>,

기종이 이야기를 읽은 뒤,

나는 며칠을 잠들지 못했다.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불안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다가 아프고,

아프다가도 묘하게 화가 올라왔다.


그리고 곧, 모든 감정이 무기력해졌다.


기종이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그 밤, 나는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단지 슬펐고,

그다음엔 분노가 치밀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든 감정이

깊은 무력감으로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이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것은 기종이에 대한 동정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하지 못한 무리 속에 조용히 섞여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누군가의 침묵이 또 다른 가해가 되어,

결국 한 청년이 말을 잃어버린 현실이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다.


그의 침묵은 단지 말하지 않음이 아니었다.

세상이 외면한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최국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오래 머물렀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일까,

아니면 환경과 속해있는 사회가 만들어낸

잔인함에 익숙해진 존재일까.


그의 글이 던진 현실은 차갑고 명확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붙잡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는 순간,

그 침묵은 언제부터 가해가 되었을까.


세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인간 안에 잠재된 무감함이

조용히 얼굴을 드러내는 걸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다.

그의 글을 읽은 후,

나는 '말하지 않는 나'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내가 외면한 그 순간들로 인해,

나 또한 누군가의 세상을 슬프게 만든 건 아닐까.


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거나 즐겁게 할 재주는 없지만,

최소한 슬프게 만드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오늘 누군가의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기를 바라며,

내 안의 침묵과 세상의 침묵이

조금은 깨어나기를 바라며,


기종이에게 내 마음을

조용히 건네본다.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는 동안, 그저 살다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