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님의 글을 읽고 던진 인간에 대한 질문.
누군가의 침묵이 그만의 세상을 슬프게 할 때,
나는 내 안의 침묵을 마주해야 했다.
최국만 작가님의 글 <말없는 청년과 나>,
기종이 이야기를 읽은 뒤,
나는 며칠을 잠들지 못했다.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불안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다가 아프고,
아프다가도 묘하게 화가 올라왔다.
그리고 곧, 모든 감정이 무기력해졌다.
기종이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그 밤, 나는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단지 슬펐고,
그다음엔 분노가 치밀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든 감정이
깊은 무력감으로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이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것은 기종이에 대한 동정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하지 못한 무리 속에 조용히 섞여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누군가의 침묵이 또 다른 가해가 되어,
결국 한 청년이 말을 잃어버린 현실이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다.
그의 침묵은 단지 말하지 않음이 아니었다.
세상이 외면한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최국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오래 머물렀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일까,
아니면 환경과 속해있는 사회가 만들어낸
잔인함에 익숙해진 존재일까.
그의 글이 던진 현실은 차갑고 명확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붙잡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는 순간,
그 침묵은 언제부터 가해가 되었을까.
세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인간 안에 잠재된 무감함이
조용히 얼굴을 드러내는 걸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다.
그의 글을 읽은 후,
나는 '말하지 않는 나'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내가 외면한 그 순간들로 인해,
나 또한 누군가의 세상을 슬프게 만든 건 아닐까.
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거나 즐겁게 할 재주는 없지만,
최소한 슬프게 만드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오늘 누군가의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기를 바라며,
내 안의 침묵과 세상의 침묵이
조금은 깨어나기를 바라며,
기종이에게 내 마음을
조용히 건네본다.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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