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꿀꺽 말을 삼킬수밖에 없었다...
속좁은 엄마와 사춘기 아들의 실랑이 속,
울컥하지만 웃기는 순간들을
짧은 시나리오처럼 풀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LA타임스 본사로 출근하는,
아들의 인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하루가
또다시 '밴댕이 엄마'인 저를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들은 오늘 자신이 쓴 기사가 나온다며,
잔뜩 설레는 얼굴로 아침을 나섰습니다.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조용히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쉼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어제저녁, 집으로 돌아오던 아들이
차에 타자마자 말했습니다.
"엄마, 카드 좀 살 수 있게 잠깐 내려줘."
"왜?"
"멘토 해줬던 분이랑 도와준 분들께 감사카드 쓰고 싶어서..."
그 말에
가슴이 찌르르했습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입안으로 감동이 스며들었습니다.
카드를 사 온 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하는 게 어때?" 물었습니다.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것도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
포틀럭 파티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애들한테 제안했거든.
다들 좋다고 해서....
오늘 밤에 쿠키 구울 거야."
그날 밤,
집안 가득 쿠키 굽는 냄새가
마치 꽃을 피우듯이 퍼졌고,
그 따뜻한 향기 속에서
저는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쿠키를 정성스레 포장하는 아들을 태워주면서 물었습니다.
"카드는 챙겼지?"
"응. 멘토한테 쓸 건 썼고,
나머지 세장은 그냥 가져가서
애들이랑 같이 쓰려고."
"왜?"
"그게 레베카랑 마야가 더 좋아할 것 같아.
나 혼자 쓰는 것보다,
같이 쓰면 더 좋잖아.
아니야?"
그 순간,
저는 속으로만 외쳤습니다.
"아니야! 그냥 너 혼자 쓰지.
그래야 더 눈에 띄고 좋지!'
'내년에 워싱턴 포스트 인턴도 신청한다면서,
추천서도 받아야 된다면서...
이럴 땐 그냥 너만 하라고.....'
그 말이 목구멍까지 까꿍하고 올라왔지만
그 말을 꿀꺽 삼켰습니다.
3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저는 결국 말했습니다.
"잘했네...
다 같이 함께 하면 좋지."
그리고 도착한 아들에게
"마무리 잘하고 와."하고 인사하며
조용히 차에서 내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내리자마자,
저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속사포처럼 쏟아냈습니다.
"바보 아니야?"..
"내년에 그 애들도 다 같은 곳에 지원할 텐데...
얘는 왜 맨날 이렇게 손해만 보냐고...."
한참을 흥분하며 떠들자
남편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래서... 말했어?"
"... 아니.. "
"왜?
말 안 했어? 그냥 말하지?"
"할 수가 없지.
그게... 맞는 말이니까.
근데 나는. 그래도 엄마니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거잖아."
잠깐의 정적을 깨고
남편이 툭 던지듯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그렇게 키웠잖아
그걸 누굴 탓해.
당신이 그렇게 키워놓고...."
그 말에 저는 울컥해서
거의 소리치듯 말했습니다..
"나도 알아!
내가 그렇게 키운 거, 안다고...
근데, 당신은 아빠고.
나는.... 그래도 엄마니까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제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곧 한숨이 따라 나왔습니다.
"밴댕이가 고래 따라 친구 할려니,
진짜 힘들다.....
이제는 고래인척하는 것도 버거운데,
그만할까?"
그러자 눈치빠른 남편이 잽싸게 한마디 던집니다.
"그만하긴 뭘 그만해.
너, 밴댕이 아니거든?
그리고 잠시 멈추더니, 웃으며 한마디 덧붙입니다.
그리고 뭐, 밴댕이면 어때?
그 새끼가 잘못한 거지.
엄마 속도 모르고.... "
그말에, 웬일인지
저도 모르게 기분이 다시 좋아집니다.
그러더니, 어린애 달래듯 우쭈쭈 하며
남편은 또 한마디를 얹습니다.
"괜찮아.
혼자 살겠다고 하는 거보다 낫잖아,
안 그래?"
그 말에, 저는 더는 뭐라 할 수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하지 마..."
하고 외치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며
"잘했다"라고 말하는, 속좁고 치사한 엄마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들에게
존경받는 엄마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밴댕이가 고래 되려고
애쓰는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어,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인 하루입니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
〈브런치 시작하자마자, 고래랑 한판 붙었다!〉
〈삼천마디 고래의 사랑 노래〉
〈밴댕이도 고래랑 친구다〉
모두 연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