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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J Mar 21. 2018

누가 미국 한의원에 올까

한의학이라는 것이 인간의 인체를 전체로 보고 (holistic)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이기 때문에, 인체의 각 부분에 따라 전문 분야가 따로 있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 한의사가 인체의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척추를 전문으로 하거나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이 있지만, 그것은 모든 질병을 치료하기보다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타겟으로 해서 치료하는 것이 치료의 질적인 면에서나 마케팅 적인 면에서 낫다고 생각해서 전문분야를 전면에 내걸고 운영하는 것이지, 그 곳의 한의사들이 다른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전문 분야를 전면에 내세우고 운영해도 충분한 환자가 있을 정도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그럴 정도로 환자의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한의사에 따라서는 자신있어하는 진료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분야만을 내세운 전문 병원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내가 있는 한의원의 경우는 의료 보험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통증 환자가 대부분이다. 침을 보험 적용해주는 의료 보험도, 경우에 따라서 암 환자나 임산부의 구역질 구토를 보험적용해주는 보험도 아주 간혹 있지만, 대부분이 통증 (주로 근골격계 통증)만을 보험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경험상으로 볼 때,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꾸준히 치료받는 비율이 아주 낮다. 급성 요통이나 좌골신경통 등이 있어서 몇 번의 치료 만으로 통증이 잦아들어 치료를 끝내는 경우가 아니고는 몇 개월씩 치료받는 비율이 보험환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아마도 미국에서 침이 효과있는 증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허리통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요통이나 어깨통증, 디스크로 인한 통증 같은 환자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오만가지" 환자들이 찾아 온다. 그런 환자들을 대하다보면, '이런 병도 있어?'라는, 흔히 들을 수 없는 병명을 듣게 돼서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서양의학적으로는 처음 듣는 병명이라도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면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치료에 대한 반응이 빨리 와서 환자가 바로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 지금 당장 떠오르는 병명으로는 Baker's cyst, Pulmonary sarcoidosis, Gastroparesis 등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환자들도 종종 찾는다.  스트레스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만연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이 사람이 진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건지' 아니면 '그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느낄 만큼,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뿐 아니라 어린 대학생들까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난임이다. 미국 한의사 중에서도 난임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미국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생활로 인해 결혼과 임신이 늦어져서 난임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침이 난임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침만 단독으로 하거나 다른 서양의학의 난임 치료와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오만가지" 증상과 질병으로 인해서 긴장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케이스를 접하게 되면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 확 분비되는 것을 느끼면서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의외로 서양의학으로는 컨트롤 되지 않는 신체 증상이 많이 있다. 마약 성분계의 진통제를 써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고, 스테로이드제를 쓰는데도 몸의 염증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서양의학이 손 쓸 수 없는 부분을 한의학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미국인들이 알고 한의학을 신뢰하고 시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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