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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J Jan 05. 2018

한의원을 오픈하다

한국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한의사가 개업의로 한의원을 열게 되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한의원을 개업하지 않아도 다른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월급의사로 일한다거나 네트워크 한의원으로 개업을 하는 등의 몇 가지 옵션이 있을 것이다. 반면,미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이 스스로 한의원을 개업하게 된다.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북부쪽에서는 Kaiser Permanente 라는 양방 종합병원에서 Acupuncturist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지만, 같은 캘리포니아라도 남부쪽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고, 양방 의사가 주도가 된 재활 관련 병원이나다른 한의원 (acupuncture clinic)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긴 해도, 대부분은 자신의 한의원을 열게 된다. 


DataUSA라는 웹사이트에 의하면, 미국 내의 한의사로서 일하는 총 인구 수는 3만7천8백명 정도라고 하며, 전체 미국 한의사 수의 1/3 정도가 캘리포니아에 분포되어 있다.가장 한의사가 많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의 LosAngeles와 Anaheim, 그리고 뉴욕주의 New York이라고 한다. 이 세 곳은 다양한 인종이 생활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미국 내에서 한인 타운이 가장 발달된 곳이기도 하다. 


한인 타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미국 건물들은 한국처럼 눈에 띄는 큰 간판을 내걸고 있지는 않다. 해당 시의 규제가 있기도하고, 건물주에 따라서 간판의 색과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 눈에 보기에는 어떤 업종의 사무실이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한의원을 오픈하기 위해서 장소를 알아보러 다니는 중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한의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놀라기도 했다. ‘이 곳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장소가 괜찮다고 생각되는 상가건물이나사무실 건물을 가까이 찾아가보면, 어김없이 한의원 (acupuncture clinic)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업종이 그렇겠지만, 경쟁이 많은 곳은 그것을 소비하는 계층도 많이 있다는 증거이므로, 굳이경쟁이 적은 곳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결국 한의원을 오픈하게 된 곳은 한인들도 거주하지만,주로 미국인들, 타인종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환자들도 99%가 그런 사람들이다. ‘한인들도왔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처음 오픈한3년 이내에 한국어로 설명하고 치료한 환자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내 한의원이 있는 곳은 시(市)라고 하더라도, 전체 면적이나 인구수가 한국의 큰 동 (洞)보다 작은곳인데도, 6-7명의 한의사가 클리닉을 열고 있고, 옆 도시들에도 그보다 많은 수의 한의사와 한의원이 있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의원에도 나름대로의 고충이있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의원에도 다른 측면으로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대체적으로 바닷가 근처는 미국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침이나 한약 (Herbal medicine)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경험이 많지만, 내륙쪽으로 들어올 수록 침을 경험해 본 사람의 수가 훨씬적고 한약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의사의 역량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런 것 같다. 한의원을오픈하자마자, 마케팅 겸 해서 한의원 주변의 미국인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acupuncturist라고 소개하면, 거의 모두가 한결같이 ‘침은 얘기는 들어봤는데, 경험해본 적은 없다’는 답을 해서 적잖이 당황과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침은 물론 일부 그래뉼제제 한약은 보험도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한약과 뜸은 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침은 일부 보험에서 적용된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보험에 침이 적용된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침을 시도해보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본인의 보험에 침치료가 포함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한 번의 치료에 몇 십불이 지출되기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기도 한다. 또 한국과는 달리,자동차로 움직여야 하는, 행동반경이 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주 한의원을 찾기도쉽지 않다.


미국에서 한의사로 생활한다는 것은 녹록치 않다. 침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기 때문에, 통증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침을 시도할 생각을 해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의사에 대한 인식도 천차만별이라서 때로는 우울해질때도 있다. 그렇지만, 침과 한의 치료로 나아지는 것을 경험한 환자들이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 나 역시 기쁘고 보람을 느끼게 되고, 점차 침과 한의에 대한 인식이 나아질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을 가지며 오늘도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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